페이트 그랜드 오더 1.5부 3장 시산혈하무대 시모사노쿠니 영령검호7번승부 감상

1. 스토리 자체는 경파하고 시원시원한데 슈바 진짜 역대급으로 인명이랑 지명이 개떡 같아서 읽는데 고생고생한 장. 물론 쓰는 단어들도 꽤나 고풍스러운 쪽이라...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 자체의 총량은 1장 신주쿠 정도 느낌인데 벡터가 이 쪽이 좀 더 취향이네요. 신주쿠는 개그+추리+스릴러라면 이 쪽은 아주 고전적인 시대극+배틀물 쪽이라.

2. 전 당연히 이거 쓴 거 히가시데겠지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열도 쪽에서는 드문드문 이거 사쿠라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더군요. 음 글쎄...사쿠라이라고 뭐 이런 거 쓰지 말란 법은 없겠지만 그럼 1장이 완전히 누가 썼는지 미궁이 되어버리는 사태가....만에 하나 이거 쓴 게 사쿠라이면 대체 1장은 누규...?

3. 난이도는 아주 어렵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트릭키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특히 파라이소랑 엠피레오는 엔피를 깎거나 버프 무효 등 상당히 골치 아픈 스킬들을 가지고 나와서...가장 시간이 걸린 건 파라이소네요. 보구 깎기 덕분에 폭딜이 안 되서 그냥 보구 버리고 거의 회복+방어중첩 중시의 아츠팟 허쉴 수준으로 가버렸더니(...) 

그냥 순수하게 어려웠던 건 흑승중합. 시바끄 첫 턴에 퀘찰 보구뻥 팍팍 걸고 1스택 날리고 났는데 그 다음에 연달아서 매료터지면서 그냥 빵빵 녹아버림. 녹이고 나서 멜트릴리스로 치려고 했는데 매료 연빵 덕분에 메인 딜러 예정이던 멜트릴리스가 그대로 산화하면서 망하는 등 한 대여섯번 도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상태이상 무효 계통으로 쓸만한 게 제가 홈즈 뿐이라 가만히 각을 보니 이거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그냥 중합 녹이고 나서 흑승 좀 콕콕 찌르다가 전멸하고 영주 3각 풀부활 한 다음에 보구로 녹임.

엠피레오는 까다롭긴 했습니다만 이럴 때 쓰라는 게 에우리알레 아닙니까. 뭐 오리온 그딴 거 없다고. 그냥 나머지 요원들은 죄다 생존기 내진 엔피뻥 혹은 아츠가진 얘들로 꽉꽉 눌러담고(상대 너프 가진 얘들이 제가 별로 없음. 특히 방깎)최대한 회전율 높여서 보구보구보구. 그나마도 막판엔 피통이 엠피레오가 7만5천, 에우리알레가 엔피 85프로에 피통 한 3천 정도 남았는데 끙 이거 잘못하다 이번에 연타맞으면 죽겠네 싶어서 간지나게 (3획 쓰고 하루 지나 1획 회복된) 영주로 "최후의 영주로 명한다! 에우리알레! 세이버 엠피레오에게 보구를 써라!" 하고 중얼대면서 걍 챠지 시키고 보구 날리고 끝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테마에도 맞조 공멀 의존도 낮춰보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뭐 나쁘진 않았어요. 파라이소도 그런 쪽인가...?
나머진 그렇게까진...

4. 이번에 의외로 쓸만했던 게 홈즈. 개인적으로 아가르타쪽 얘들이랑 흑밥 노리고 돌렸다가 홈즈만 나온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룰러가 생각보단 쓸만하네요. 아니 홈즈가 쓸만한가? 뭐 서브딜러 정도는 해주고 아츠 차는 효율도 좋고 보구는 방깎도 방깍이지만 무적관통 주는 게 생각보다 더 좋더라구요. 제가 무적관통 예장이 딱 하나라서 회피나 무적기 자주 쓰는 얘들 상대가 골치아팠는데.

5. 트위터에서 보고 알았는데 이거 중간에 나오는 글자들은 아예 서예가에게 부탁을 해서 글씨 받아다 쓴 모양이더군요. ...그런데 그런데 쓸 장잉력은 있는데 대체 왜 대사에 보이스가 없냐 딜라 시발것들아.

아니 내가 풀보이스 쓰라고까진 말 안하겠는데

出でよ、血華咲き誇る我らが極地!
敗北せし者の魂を取り込み喰らう屍山血河の死合舞台!
我が刃の忌名、○○!
我が骸の真名、○○!
いざ、いざ、いざ。いざ覚悟召されよ新免武蔵!
いざ! 尋常に!
――勝負!

이거!! 이거만큼은 부분 보이스라도 넣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거랑 마지막 승부만큼은 양심이 있으면 보이스 넣어줬어야지 너네!!

6. 나머지는 슬슬 네타 넣고 쓸테니까 아래에서.

































캐릭터별 감상을 하자면 가장 귀여웠던 건 우선 카토 단조네요. 카토 성 가진 얘 치고 나쁜얘 없죠! 로봇 닌자에 대마인 복장에 포니테일이라니 뭐 더 필요합니까? 아니 없다.
...사실 뭐 성능이랑 모션은 좀 심심합니다만 어차피 휑하기 짝이 없는 제 어새신 팟이라 픽업 기다리고 있네요. 다만 성우 배정과 연기지도는 상당히 엥? 스럽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히카사 요코 같은 톤 내진 아예 좀 더 조용조용한 톤 둘 중 하나가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어정쩡하게 들뜬 목소리임. 굳이 따지면 니토크리스과? 정작 본 내용에서는 굉장히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나오는데 왜 이런...

인슌은 뭐 좋은 형님캐릭터였다...랜서잖아? 다만 성능은 깡패라는데 뭐 이건 써보질 않아서 모르겠고.

인페르노는 그냥저냥인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중얼중얼거리는 걸 보면서 꽤나 오래 묵은 인간이긴 하겠네...했는데 좀 아쉬웠던 게 뭔가 작중 묘사가 인슌도 그렇고 일절몰살? 박살? 여튼 그거 때문에 좀 너프 먹은 느낌. 광역기랑 등가교환으로 대인전이 좀 떨어진 것 같달까...근데 생각해보니까 얘도 인게임 연출이 좀 심심하더군요. 특히 보구. 뭐 전형적인 히메무사긴 한데 에로게적 뇌로서는 아무리 봐도 중간에 능욕당하고 아군화 당하는 쪽 아닌가 싶긴 한데...사실 너무 오소독스한 디자인이라 개인적으로는 아 뭐 이쁘네 땡.

파라이소. 뱀문신은 좋았는데 모든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정신상태가 불안정하다보니까 뭔가 광탈. 다만 보스전은 네...좀 그렇죠. 생각해보니까 이번 추가한 얘들은 죄다 모션이 심심하네요. 보구도 싸구려틱하고. 로리에 뱀문신이라는 굉장히 스트라이크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옷도 안 이쁘고 연출도 애매해서 딱히 픽업 도전할 생각 안 들더라구요. 물론 무료 돌이 얼마 없다는 문제도 있고. 재밌는 건 카토 단조도 그렇고 쿠노이치 둘이 가장 고풍스럽고 딱딱한 성격.

슈텐! 슈텐 좋죠. 개인적으로 양의 히로인이 무사시라면 음의 히로인은 슈텐. 아무래도 본성이 악귀나찰급 오니다보니까 숙업 박혀도 그냥저냥 저항이 가능했나봅니다. 아무래도 평상시에 그냥 정신줄 놓고 옛날 생활습관대로 살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기합으로 캔슬한 느낌인데 저 숙업이 옛날과 큰 차이가 없다보니 저항이 가능했던듯. 죽는 연출도 나머지가 전부다 잘리는 연출이었다면 혼자 영기소멸하는 쪽이었고. 어쨌거나 이번에 추가된 표정도 그렇고 슈텐이랑 좀 더 알콩달콩하는 스토리 있으면 좋겠습니다. 골든요? 골든이랑 슈텐은...아니 페어긴 한데 뭔가 그런 쪽 느낌이 아니라서.
라이코 마마는 예전에도 그러더니 왜 이렇게 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거 없고 이번에 느낀 건 정말 그거 하나임. 그리고 재수없는 천재였다...

림보. 뭐 옌 떡밥이니까 넘어가고. 다만 성우 누가 되려나...?

야규 아조씨는 뭐 순식간이 이 아조씨겠구만 싶더군요.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진짜 인상 약하네요. 그냥 검귀 1. 사실 내내 정체 숨기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무라마사. ...왜 형이 여기 나와...? 스토리와 안 맞는 건 아니고 마지막에 혼자 맛있는 역할 다 뺏어가지만 이거 진짜 스토리작가가 누구건 끼워맞추려고 고생한 흔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하긴 근데 온리에도성 개그(...)도 그렇고 이번에 꽤 고생했어요. 언어유희, 다쟈레는 그냥 보면 픽 웃고 넘길 수 있지만 그거 잘 맞추려면 힘들긴 합니다. 좀 막판 한방을 위해서 집어넣은 티가 나는 캐릭터긴 합니다만 뭐 달빠니까 오히려 그게 좋은거겠지(...)

무사시. 메인 히로인이죠 메인 히로인. 다만 이건 겸손이랄지 과대평가랄지 맨날 상대가 내 몇 배는 강해! 하고 실제로 인게임에서야 상성 때문에 응 니가 좀 약하긴 한데(...) 스토리적으로는 다 썰고 다니는지라(그것도 인간이!) 꽤 묘해지는. 그리고 오더 체인지로 맨날 뒷열로 날아가는 개그의 희생자도 되긴 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부분 제하고 보면 정말로 흠잡을 데 없는 메인 히로인입니다.
...다만 좀 모난 걸 좋아하는 제 성격상 아 좋네, 싶지만 딱히 갖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성능적으로야 가지고 싶긴 한데 뭐 어차피 무사시 프렌 넘쳐나는걸. 

코지로. 누구나 다 알 그지만...역시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운명이 따라잡아 승부를 걸 때의 그 짜릿함이란. 역시나 보이스가 없어서 아쉬웠다.

아마쿠사. ...솔직히 가장 아무래도 좋았던 놈. 스토리적으로 보면야 최종보스지만 실질은 스토리 진행을 위한 촉매라서...

여튼 좀 인상 흐릿한 놈들도 있지만 적어도 스토리 내에서는 다들 역할들을 잘 수행한지라 좋았습니다.

7. 마계전생 오마쥬인가 파쿠리인가로 말들이 있던데 가장 궁금한 건 열도는 그렇다 치고 국내에 마계전생 본 사람이 그렇게 많나...? 그거 나온지가 언젠데...나온지 3년 지난 애니나 게임도 안 하는 인간들이 태반인 현 시점에서 몇십년 묵은 그걸...? 나도 안 봄. 안 봐서 그런지 더 재밌게 몰입 잘 됐지만요.

8. 생각해보니 캐릭터 연출이 후진 건 캐릭터보다는 무대 자체에 신경을 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함.

9. 오니가 영웅의 반전 측면이라는 것도 그렇고 원래는 상총이 하총 된 것도 그렇고 큰 테마 중 하나는 '반전'인듯. 키워드에 가깝지 뭐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지만...원판 무사시도 우리 여자 무사시에 비해서는 굉장히 냉혹하고 감정이 메마른 듯이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

10. 뭔가 더 쓸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요. 일단 여기까지.
아침이 되니 기억났음. 숙업 이야기.

숙업의 의미는 사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불교적으로는 [지난 생들에서 지은 선업과 악업]을 말하고, 다르게는 [오래전부터 이루고자 했던 사업]을 의미한다. 

이 스토리에서의 숙업은 단순히 말하자면 그냥 전부 다 몰살시키기 위해서 강제로 부여된 명령임과 동시에 무사시의 이야기. 무사시 또한 숙업에 얽매인 인간. 영령검호와 차이가 있다면 영령검호는 강제로 짊어진 숙업이라면 무사시는 자의 반 타의 반. 자신이 있던 세계가 사라져서 한평생을 온갖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방랑자, 풍운아로서의 불교적 의미의 숙업과 자신이 스스로 원해서 얻길 원했던 0의 경지를 갈구하는 스스로 선택한 숙업.

흥미로운 점이라면 영령검호 1-5번까진 무사시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숙업에 짓눌린 자들의 지옥의 구현화였다면 6번은 림보의 이름 그대로 어딘지 모를 번외편, 7번은 과거의 숙업이 아닌, 아직은 살아있는 무사시와 같은 '스스로 선택한, 살아있는 자의 숙업'의 대결이 되며 최종편은 그 숙업에조차 도달한 자들, 검사로서의 숙업을 짋어지고 검성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로서의 숙업인 '강한 자와 겨루고 싶다'는 숙업에 얽매인 자들의 이야기.

이런 해설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딱히 의미는 없다. 하지만 작중에서 말했다시피 이런 건 그냥 그런거. 설명 좋아하고 설정 좋아하고 메타포 좋아하는 몸으로서는 이리저리 생각해보면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들어맞는 부분이 많아서 참 즐거웠다고.

정작 미묘하게 아이러니한 점은 작중 누구보다 검사로서의 숙업에 얽매여 있던 무사시가 휘두르던 검이 바로 숙업을 끊는 검이며 그 숙업을 끊는 검조차 숙업에 함몰되어 있던 센지 무라마사가 만들어내는 검이라는 것. 인간의 오묘함이랄지 뭐랄지.

여튼 생각 안 하고 그냥 강자들 썩썩 베어나가는 거로만 봐도 좋고 이렇게 숙업에 대해서 요리조리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도 좋았음.

...게다가 무사시는 혼자 따로 이미지도 받고....

11. 여튼 그래서 끝나고 나니 카토 단조나 갖고 싶다. 무사시는 오면 좋겠지만 대인세이버가 없어서 그렇지 가장 넘쳐나는 게 세이버군이라...그래서 돌 딱 30개 쟁여놓고 2차 픽업이나 기다리는 중.

프린세스 프린시펄 12화 완결 감상-좋은 스파이물

1. 기본적으로 트위터 복붙에 약간 추가.

2.프린세스 프린시펄 완 : 사람에 따라선...정확히는 '요즘 애니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서는 혹평을 받을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상대로의 좋은 결말이었음. 정확히는 5화 부근부터 좀 하향하고 벡터를 바꾼 기대치기는 했지만 뭐. 중간중간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프로듀서(높은분)랑 감독 사이의 알력이 빚어낸 어쩔 수 없는 어정쩡한 키메라 같은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작품. 적어도 작품의 backbone은 끝까지 지켜냄

사람들은 아마 자신만이 원하는 스파이물의 이미지가 있을 터인데 이 물건은 기본 골자는 르카레, 진행 방식은 역대의 007, 연출은 미션 임파서블에서 각각 가져왔기에 어떤 하나만 안다던가 혹은 좋아한다면 당연히 불평이 나올 수 밖에 없음. 그리고 그러한 불만이 나오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음. 이건 TVA의 문법이라기보다는 시리즈 영화나 소설에 더 어울리는 작법이니까.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물건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은 아님. 여전히 잘 만든 애니이고 즐거운 애니임. 1화와 2화의 빛이 너무 강해서 후속편들은 상대적으로 떨어져보이는 면은 도저히 떨칠 수 없는 아쉬움이지만 반대로 13화 내내 그런 이야기들만으로 달리기도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스파이의 일상'..좀 더 정확히는 '거짓 속에 진실을 지닌 스파이'의 이야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타협같기도 함.

여하튼 아쉬운 부분도 있고 이 애니가 서양 거대 자본 아래에서 나왔다면 더 멋지고 더 잔혹하고 더 막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래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음. not bad, really.

3. 아 그리고 프린세스 프린시펄 맨 마지막의 그 장면은 제작진이 정말로 무슨 '느낌'을 가지고 이 물건을 만들었는지 잘 나타내줍니다. 그냥 짧은 오마주라고 하기에는 작품 전체의 스타일이 그렇지가 않아요. 2017년에 만든, 옛날, 벨 에포크와 아주 오래전에 유행했던 어떤 무채색 흑백에 대한 향수.

다만 한 에피소드 정도는 아토믹 블론드나 존 윅, 혹은 킹스맨 같은 느낌을 좀 더 내줬어도 좋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손이 가겠지만 옷을 입는 장면을 보여준다던가 스팀펑크 네온사인이 빛나는 뒷골목의 풍경을 그려본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전반적으로 절제된 채도와 우중충한 런던의 모습을 그려내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인물들까지 칙칙한 것은 아니었기에 스팀펑크 네온 같은 건 역시 좀 나와도 괜찮았을텐데...싶은.



개인적으로 이런 씬이 애니에 꼭 나와줬으면 하거든요. 이런 '밑준비'가 얼마나 멋지게 보이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아 이거 존 윅 2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니까 안 보신 분들은 빼시고.

4.여하튼 프린세스 프린시펄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보시는 거 강력 추천. 많은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이 애니를 저렇게 만들었나' 한 번 보면 알 수 있어요. 정신적 아빠 수준입니다.

5. 물론 단점이 없진 않아요. 1화가 오프닝이고 그 뒤로 2-10화까지는 거진 개별 에피소드들이죠. 정확히는 초반 2-5화까지는 어떻게 이 팀이 결성되었는가 위주이고 그 뒤는 다시 한 번 각 캐릭터별 에피소드들을 보여줍니다.

이런 식의 단편적이고 모호한, 시계열도 뒤섞인 에피소드들은 냉전 시대 스파이물처럼 건조하고, 눅눅하고, 애니스러운 과장됨과 최신 일상물이 뒤섞인 기이한 칵테일 같은 맛이 있지만 동시에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받게 되고 이러한 작품 전체를 통해서 보여주는 장르에 의한 문법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별 내용 없는 이야기들만 나열되는 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코어층을 노리고 만든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그러한 개별 에피소드들도 좀 겹치는 느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없게 본 것은 치세-도로시가 이어지는 5화랑 6화였습니다. 정확히는 5화에 비해서 6화는 너무 비슷한 테마를 연달아서 써먹는다는(물론 접근 방식은 전혀 달랐습니다만) 느낌을 심히 받았죠. 그리고 9화는 소재 선정이랑 이야기 진행이 너무 구려서...고전 SF나 스팀펑크에서 동양에서 온 인물들(사실 치세야 대놓고 NINJA지만)이 이러한 전형적인 차별 소재로 쓰이는 건 흔한 일입니다만 그걸 솔직히 멍청하게 보일 정도로 그대로 쓸 줄이야 몰랐죠. 어떤 면에서는 요즘 나로우 계통의 전생물 소설 향취마저 났는데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는 진짜로 병맛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있을 필요성 자체가 없었어요. 오히려 치세의 강력한 힘을 생각하면 그냥 첫 등장마냥 루팡식 에피소드가 훨 나았을텐데...

6. 하지만 상기했다시피 단점들이 없진 않지만 그것들이 이 물건의 장점을 가릴 순 없습니다. 특히나 장르 선정에서 스팀펑크 미소녀 첩보 일상물이라니 이건 천재적이에요.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단점 한둘, 재미없는 에피소드 한두개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나머지는 잘 했으니까!

7. 백명이 봐서 아흔이 재밌다고 할지, 내진 보고나서 봐서 잘했다고 할 진 모르겠습니다만 이 물건이 애초부터 스무명 정도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높으신 분들의 의지에 의해(지금 제가 인터뷰를 못 찾겠는데 분명 감독이 완전 하드코어하게 눅눅한 노선만으로 가자고 제안했는데 프로듀서가 뜯어말렸다고 하더군요) 약간의 대중성의 껍데기를 쓰고 나온지라 포텐에 비해 아깝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1화랑 2화는 충분히 츄라이 츄라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겐 참 좋은 애니였네요. 봐서 잘했어!

PS. 아 그리고 치세 등짝이랑 겨드랑이 최고 아니냐.

마법소녀 육성계획 limited 감상-마법소녀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니까요

마법소녀 육성계획 limited - 전 - 8점
엔도 아사리 지음, 마루이노 그림, 김봄 옮김/길찾기

마법소녀 육성계획 limited - 후 - 10점
엔도 아사리 지음, 마루이노 그림, 김봄 옮김/길찾기

1. 사실 나온지도 몰랐네요.

마법소녀 육성계획은 물론 원작부터 아주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물건은 아닙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국내 V노벨은 홍보고 뭐고 드럽게도 못해서 저 이거 나온줄도 몰랐었음. 그리고 덕분에 역시나 사두고 안 읽은 일판 전후판은...안습.

2. 사실 요즘 볼 라노베가 없어서 절절 매고 있었습니다만...그래서 상대적으로 좀 더 평가가 후해진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엄청나네요. 정말로 엄청납니다.

무인편이 배틀로얄+이능력배틀물의 기본과 정석에 충실한 작품이었다면 2편인 리스타트편은 mmorpg+마피아 게임이 키워드였습니다. 이번 리미티드는 오해스릴러+내전입니다. 약간의 마피아물같은 느낌도 있긴 합니다만 그보다는 전 '내전'이라는 키워드를 꼽고 싶네요.

이번 편에서는 피아가 불분명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방금 전까지의 동료를 죽이려는 계획을 획책하고 실행합니다. 물론 2편인 리스타트 편도 그리했지만 그 때에는 명확하게 '마왕'이라는 하나의 정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아니에요. 도대체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B시 밖은 어떻게 되었는지, 내 옆의 이 녀석이 누구인지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모호하게 만들면서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욕망들이 폭발하면서 말 그대로 전쟁이 벌어집니다.

3. 사실 3편은 이 자체만으로는 여태까지 중에서 가장 캐릭터성이 약합니다. 1편은 강렬한 악역이 셋 있었고 2편 역시 어느 정도 선악이 명확하면서 그 나름대로 비중을 가지고 진행하는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프흐레라는 캐릭터가 여러모로 날뛰면서 시선을 강탈했다면 이번에는 그게 아닙니다. 물론 나름 강렬한 캐릭터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있지만 그 개개인은 이 내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 이들입니다. 그들이 그 내전의 확대에 크건 작건 공헌을 하고 그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들도 사건 전체를 볼 수는 없기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혼돈이 펼쳐지지만 대신에 개개별 캐릭터성은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건' 자체가 전면에 등장하고 여태까지 별달리 언급이 없던 마법나라가 아주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이 엄청나게 복잡해지기 시작하죠.

특히나 여태까지도 그래왔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의 차이들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는 캐릭터들이 대다수라는 점에서도 이질적이고 불편한 느낌이 강조됩니다. 동시에 이렇게 조화롭지 못한 캐릭터들이 사방팔방에서 마찰하고 파열하기 시작하면서 터져나오는 그 혼돈스러움 자체가 매력 포인트입니다.,

4.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점은 작가가 1편에서 시작한 배틀로얄, 정확히는 마법소녀들의 능력을 이용한 전투라는 점을 테마로 잡으면서도 매 시리즈마다 그것을 변형하여 계속 새로운 형태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독특한 능력들이면서도 너무 복잡하지 않습니다. 기껏해봐야 한두명 정도만 좀 트릭키한 형태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대체적으로 알기 쉽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응용력인데 이 작가는 언제 봐도 매우 즐겁게 만드네요. 무슨 엄청난 발상의 전환은 아니더라도 아, 그걸 그렇게 쓸 수도 있지! 싶어지는 장면들이 자주 나와요.

매우 진부한 표현 밖에 안 떠오르지만 팍팍하게 마른 가운데 시원한 샘물 한 모금을 들이키는 청량감이 있습니다. 열대야에 쫙 들이키는 레모네이드 같은 거. 

5. 작품 자체도 엄청나게 스케일이 커지면서 2편과의 연관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개가 더 가열화될 떡밥도 마지막에 뿌립니다. 개인적으로 참 여러모로 기대가 되네요. 음, 생각보다는 리스타트랑 리미티드 사이의 정발 간격이 짧았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나와주면 매우 좋겠습니다만...가능할라나 어쩔라나. 

사실 애니 2기가 나오면 완벽한데 말이죠. 애니 1기는 1권 분량을 1쿨로 만드느라 너무 늘어졌지만 2기가 만일 나온다면 상하권 구성이니 팍팍 치고 나가면 반응 좋을텐데....

이하 스포일러 있는 감상.






























6. 이번 편의 악당들은 실로 '쓰레기'들입니다. 전편의 크람베리나 스윔스윔은 알기 쉬운 강한 악역들이었고, 지난 편의 멜빌이랑 놋코쨩 역시 비슷한 패턴이었다면(정확히는 놋코짱은 좀 다르긴 했지만 원하는 게 있었다는 점은 같죠) 이번 악당들은 목적보다는 수단...이라고 하기에는 극단적으로 인식 자체들이 삐뚤어져 있습니다.
프킨은 절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유아독존형이고 레인 포우는 남을 이용하고 내버릴 생각만 하는 착취형, 피티 프레데리카는 자아도취+변태에 토트 팝은 일단은 과격파 혁명가 등등등 전반적으로 죄다 집착이 강하며 자기가 좋기 위해서는 남을 얼마든지 희생시켜도 좋은 녀석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그나마 중립 내진 선에 가까운 캡틴 그레이스나 마왕 팜도 양아치, 그리고 생각 자체를 그만 둔 수동적 인물이라는 걸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뇌 나사가 빠진 녀석들. 게다가 이들에게 휘둘리는 포스탈리나 퍼니 트릭도 선인이 아니죠. 

전반적으로 '인간의 양면성' 내지는 '인식의 차이'를 매우 강하게 집어넣은 캐릭터들입니다.

그리고 쓰레기고.

7.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받은 씬은 웨딘이랑 레인 포우가 동시에 모살(謀殺)되는 씬입니다. 설마 거기서 그걸 그렇게 쓰다니!와 으잉 이렇게 쉽게?!의 느낌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이 시리즈 각 권마다 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짜여진 살해 씬들이 있는데 무인 편의 타마가 크람베리를 파내버리는 씬이랑 리스타트의 페치카가 멜빌을 스프로 익사시켜버리기 직전까지 몰고가는 씬이라던가 하는 씬들은 정말 감명 깊었는데 이번 씬도 역시나 그랬습니다.

심지어 웨딘이랑 레인 포우는 매우 닮은 성정을 가졌지만 하나는 정말로 정의와 꿈과 희망의 소녀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흉악한 쓰레기 살인마가 되었는데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으깨지는 결말이라니...

이 작가 정말로 "마법소녀에는 싸우는 마법소녀와 싸우지 않는 마법소녀가 있다. 그러나 싸우지 않는 마법소녀가 약한 것은 아니다."라는 자신의 경구를 너무나도 철저하고도 멋지게 지켜내요.

8. 여하튼 그래서 재밌게 읽었네요. 정말로 간만에 읽으면서 '으아 다음을 읽기가 아깝다!'싶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제 슬슬 다음 권에서는 다시 스노우화이트가 등장할 느낌이고 프흐레도 순조롭게 잘 나가고 있는 모양이니 언젠가는 생존자 올스타전이 벌어질 느낌이네요. 

9. 그래서 재밌게 읽었는데 이거 가지고 같이 떠들 사람이 없어서 슬프다...짱재밌는 시리즈인데 왜이리 국내에선 인기가 없는지. 열도에서는 그래도 나름 팬층이 있던데.

10. 아 근데 오해하지 마세요. 이 물건 정말로 꿈과 희망과 정의는 살아있어요. 악랄한 마법소녀만큼이나 착하고 남을 위하는 마법소녀들도 있습니다. 그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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