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 FF-2. 마왕이 깨어날 때(7)

콰아아아-앙….

 

폭음이 들려왔다.

 

페이트는 감고 있던 눈을 간신히 뜨고 귀찮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폭발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며 시공관리국 지상본부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평상시라면 경악하면서 허둥지둥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 나섰겠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다 귀찮았다.

 

그런 사소한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페이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창 바로 옆의 소파에 기대어 앉아, 헐렁한 와이셔츠 한 벌만 걸치고 힘없이 앉아 있는 모습은 더없이 매력적으로, 그리고 초췌하게 보였다.

 

“나노하….”

 

페이트는 지난 몇 시간 동안 수없이 불러대고 또 불러댄 이름을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그녀가 나노하의 반란 소식을 알게 된 것은 하야테가 그 사실을 알게 된 직후였다. 시그넘이 곧장 연락을 취하여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의 기억은 불명확하다. 뭔가를 열심히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술을 마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흐릿한 영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페이트 자신의 어깨를 으스러질 듯한 힘으로 잡으며 친구라는 사실을 몇 번이고 확인하던 나노하의 악마 같은 얼굴 뿐이었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전투태세로 들어가서 나노하를 체포해야 할까. 아니면 우선 하야테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크로노? 아니면, 그것도 아니라면…나노하에게….

 

“…모르겠어, 모르겠어…나노하, 어째서…나노하…나노하….”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간절히 불러본다.

 

혹여 나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닿지 않을까, 혹여 그녀가 날 돌아봐 주지 않을까, 혹여 웃으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와 모든 것이 다 장난이었다고 언제나처럼 자신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주면서 귓가에 속삭여주지 않을까.

 

페이트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며 억지로 그런, 말도 안 되는 몽상을 꿈꾼다.

 

콰-앙….

하지만 들려온 것은 아까와 똑같은 허망할 정도로 강렬한 폭음과 섬광이었다. 나노하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디바인 버스터가 다시 한 번 시공관리국 지상 본부에 직격한 것이다.

 

주륵.

 

페이트의 눈꼬리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 양을 늘려나가 그녀의 창백한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눈물을 흘리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는 것 뿐이었다.

 

집무관으로서, 그리고 시공관리국의 국원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노하를 막으러 가야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나노하의 친구로서, 그리고 연인으로서 나노하를 도우러 가야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나노하가 말해주지 않았는걸.

 

나노하가 내 옆에 있지 않는걸.

 

나노하가 나에게 명령하지 않았는걸.

 

나노하가, 나노하가, 나노하가, 나의 친구가, 나의 연인이, 나의 반신이, 나의 영혼이, 나의 주인님이 없는 데 어떻게 움직이란 말인가.

 

페이트는 깨달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녀의 인생은 평생 남에게 의존하면서 살아왔을 뿐이다. 남에게 지배받고, 남에게 굴복하며, 그리고 그 자체에서 행복과 안도를 느끼는 그런 인생을 살아왔고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절대적 복종의 대상이 어렸을 때에는 그녀의 모친이었고, 그녀의 모친이 사라진 뒤에는 나노하가 되었다.

 

나노하의 옆에 있고 싶었기에 시공관리국에 들어왔고 여태까지의 무수한 전공을 쌓았으며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나노하가 사라진 것이다.

 

당연히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리오네트는 조종해 주는 이가 없으면 스스로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그녀를 지배해 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저 무력하게 방구석에 처박힌 채 눈물만을 흘릴 수 있을 뿐이다.

 

“나노하….”

 

페이트는 다시 한 번 안타깝게 불러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녀의 무력감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딸랑.

 

누군가가 그녀의 뒤편에 나타났다. 은은한 방울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페이트는 눈을 뜨지 않았다.

 

딸랑딸랑.

 

약간은 철그렁거리는 금속의 소리. 그리고 방울소리.

 

“페이트….”

 

어둠 속에서 상대적으로 하얀 손가락이 불쑥 튀어나오며 페이트의 뺨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차분히 어루만졌다. 그 손가락은, 차갑고, 또한 너무나도 익숙한 손가락이었다.

 

“알프…?”

 

“응, 페이트.”

 

“여긴…어떻게…?”

 

알프는 린디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하는데 어째서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것일까?

 

“일이 있어서 왔어, 페이트.”

 

딸랑.

 

페이트의 뺨을 쓰다듬던 손이 사라지고 알프의 몸이 어둠 속에서 뻗어나오듯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알…프?”

 

“응, 페이트.”

어둠 속에서 걸어나와, 저 멀리서 솟구치는 불꽃의 빛이 비추는 알프는 이상할 정도로 현실성이 없었다. 페이트는 여전히 소파에 늘어지듯이 기댄 채 조그맣게 물어보았다.

 

“어째서…그런 모습….?”

 

“아아, 이거.”

 

알프가 자신의 몸을 쓱 훑어보면서 중얼거렸다. 예전의, 모친의 꼭두각시로서 쥬얼 시드를 찾아 헤매일 때의 그 위험한 분위기의 모습. 페이트는 거의 본능적으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히 알프였지만…뭔가 이상했다.

 

“이건 그러니까 말이지, 페이트….”

 

알프는 그녀답지 않게 말꼬리를 흐리며 페이트를 빤히 바라보았다. 페이트는 점점 더 머릿속의 경종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하는 것을 알았다. 이성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단련된 본능이 당장 피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귀찮아. 아무래도 좋은 걸’

 

페이트는 잠깐 움찔하기는 했지만 그 뿐, 더 이상의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안심했는지 알프는 어쩐지 초점이 맞지 않는, 묘하게 풀려버린 눈동자를 번득이며 손을 뻗어 페이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급속히 물러났다.

 

“크으으으!!!”

 

거의 동물의 그것이 다름없는 낮은 으르렁거림을 목을 통해 내뱉으며 알프는 왼쪽 손등에 깊숙이 박혀 손바닥까지 뚫고 나온 단검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단검이 무엇인지 알자 황급히 뽑아 내던지려 했으나 그 이전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딱.

 

가볍게, 아주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그리고 알프의 왼손이 그대로 폭발했다.

 

퍼억!!

 

고깃덩이가 터져나가는 소리는 그다지 듣기 좋은 것은 아니었다.

 

쫘악!!

 

어둠 때문에 먹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핏줄기가 동맥의 격렬한 혈압에 밀려 잘려버린 손목에 솟구쳐서 유리창과 벽에 뿌려졌다. 그 무시무시한 고통에 이젠 반쯤은 원래의 사역마의 모습으로 돌아온 알프가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악!!!”

 

“닥쳐라, 짐승.”

 

피피피피핑!!

 

쉴 틈도 없이 페이트가 여전히 꼼짝도 안 하고 앉아 있는 소파 저편에서 무수한 단검들이 날아 들어왔다. 알프는 중상을 입은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조차 없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재빨리 텀블링을 하며 옆으로 스윽 빠져 나갔다. 얼핏 보이는 모습으로는 후드를 깊게 눌러 써서 개체 식별이 힘든 작은 체구의 상대방이 어둠 저편에 서 있었다.

 

콰앙!! 콰앙!!

단검들은 벽이고 소파고 책상이고 가릴 것 없이 박히는 즉시 다 터져버렸다. 덕분에 산지사방으로 파편들이 튀면서 그 중 몇 개는 무력하게 가만히 있던 페이트에게 박힐 뻔 했지만 두 번째로 나타난 인물이 그 진로 사이에 끼어들어 파편들을 다 자신의 몸으로 막아냈다. 그 때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상대가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가 벗겨졌다. 특징적인 은발이 뒤에 길게 늘어뜨려지면서 알프와 페이트는 난입해 들어온 제 3의 인물이 누군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칭크였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전투기계답계 칭크는 전혀 자만해 하지 않으며 쉴 틈도 없이 연신 손목에 스냅을 주어 방 한 구석으로 몰리고 있는 알프를 향해 단검을 뿌려댔다.

 

“크으으으!! 이, 되다만 장난감 인형이!!”

 

계속 피하다가 결국 코너로 몰린 알프는 분노하며 벽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칭크는 단정한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황급히 단검을 몇 개 던져냈다. 비록 엉겁결에 던진 것이긴 했지만 그녀의 실력은 확실했기 그 중 두 개가 정확히 달려드는 알프를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칭크는 당연히 알프가 그 단검을 쳐내고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알프는 연신 핏줄기가 뿜어지는 왼팔을 들어 단검을 다 막아냈다.

 

딱! 딱!!

 

칭크는 순간적으로 페이트의 몸 위를 뛰어 넘어 소파의 뒤쪽으로 구르듯 착지하며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퍼어엉!!

 

어쩐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눅진눅진한 폭발음과 함께 다시 핏물과 살덩이, 그리고 뼛조각이 허공에서 터져 나왔다.

 

콰지직!! 쿵!!

 

반박자 늦게 폭발 때문에 달려들던 기세를 다 잃고 큰 충격을 받은 알프의 몸뚱이가 소파 앞의 탁자를 부수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칭크는 섣불리 나서지 않고 소파 뒤쪽에서 몸을 최대한 낮추며 숨을 죽이고 상황을 살펴보았다.

 

생각해 보면 기묘한 상황이었다.

 

알프와 칭크의 능력이라면 그까짓 소파 하나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바로 이 소파에는 페이트가 얌전한 인형마냥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 소파는 둘에게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나 마찬가지인 물건이 된 것이다.

 

‘끝난건가…?’

 

칭크는 하나 밖에 없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자신의 감각을 총동원 하여 이 빈약한 소파 저편에서 헐떡이고 있는 알프의 상태를 파악하고자 했다. 숨소리는? 거칠다. 마력의 파동도 불안정하다. 고통으로 몸을 비트는 것 이외에 딱히 수상한 점은 없어보인다. 미리 설치한 함정 등도 없다. 순식간에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본 결과 칭크는 알프가 완전히 무력화 되었다고 판단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예상대로였다.

 

알프는 몸 여기저기에 탁자의 파편이 박힌 채 쓰러져 있었다. 왼팔은 완전히 날아가 버린 채였다. 상대방의 그 무력해진 모습에 칭크는 살짝 긴장을 풀면서 한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바리어(Barrier)…."

 

칭크는 거의 야수와 같은 본능으로 그 조그마한 속삭임을 들었다. 수많은 전투와 데이터로 단련된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내었다. 칭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 마치 거미마냥 딱 달라붙은 알프가, 저 멀리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시공관리국 지상본부 건물에서 뿜어지는 화염 때문에 유달리 음영이 도드라져 보이는 얼굴로 칭크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탓!!

 

칭크의 가벼운 몸이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다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알프 또한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콰아아앙!!!

 

거미 같던 알프가 이번에는 마치 최신형 전투기마냥 무시무시한 속도로 천장을 박차고 칭크에게 달려들었다. 환영으로 칭크를 속인 알프는 다음 순간 전혀 정제하지 않은 마력을 통째로 발바닥에 쑤셔 넣어 폭발시키는, 무식하고도 확실한 방법을 써버린 것이다.

 

“아…!!!”

 

비명과도 같은 짧은 단말마.

 

칭크는 무의식적으로 양팔로 얼굴을 가드하며 바리어를 쳤다. 하지만 알프는 그것을 진작에 예상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악귀와 같은 얼굴로 알프는 최대한 뒤로 끌어당긴 오른주먹을 힘차게 내뻗으며 포효했다.

 

“브레이커어어어어어어!!!!”

 

콰지지지지지지직!!!!

 

어마어마한 마력의 충돌이 일어나며 사방팔방으로 전기채찍 같은 마력의 울림이 퍼져나갔다.

 

쨍그랑!!!

 

통유리로 만들어져 있던 베란다 창은 완전히 박살이 나면서 바깥으로 유리파편들이 튀었고 바로 다음 순간 마력의 불꽃이 터져나왔다.

 

“으아아아아악!!!”

 

쿠당탕탕탕탕!!!

 

알프의 바리어 브레이커를 정통으로 얼굴에 얻어맞은 칭크는 그 순간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뒤로 튕겨나갔다. 게다가 그녀에게 더 안좋았던 점은 알프가 정면이 아니라 천장에서 뛰어내리며 주먹을 내뻗었다는 점이다. 물리력이 비스듬하게 내리 찍혔으므로 칭크는 공처럼 마구 회전하면서 말 그대로 바닥을 부숴버리면서 뒤쪽으로 밀려났고 벽을 하나 부수고 다음 벽에서야 간신히 멈췄다.

 

후드득….

 

콘크리트 벽에 반쯤 처박힌 채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기절했던 칭크는 파편이 살짝 머리를 두드리자 즉시 정신을 차렸다. 실제로 그녀가 기절한 시간은 2, 3초 정도 밖에 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그녀가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

 

“커억….”

 

우웩,

 

칭크는 참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자 마자 피를 토해냈다. 어차피 피야 있으나 없으나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저것은 내장계에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는 증거. 장파열 한두개 쯤은 일어나고 내출혈이 급속히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기계인 몸이라고는 해도 기본적 구조와 성능은 인간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간 그녀라도 죽는다.

 

기잉, 기잉.

 

얼굴을 가드했던 양팔은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 팔꿈치 아래쪽은 말 그대로 완전히 으깨져서 케이블 몇 개 만이 흐늘흐늘거리며 손(이라고 추정되는 것)을 잇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의 의지에 따라 톱니바퀴들이 헛돌며 팔을 움직이고자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내가 이긴 것 같군.”

 

알프가 건너편 방에서 비틀비틀 걸어오면서 말했다. 칭크는 뇌진탕 때문에 세 개로 겹쳐보이는 알프를 억지로 노려보며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그녀는 하다못해 허세라도 부려보려 했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턱은 단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뭔가 알 수 없는 신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 모습에 알프는 만족한 듯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페이트가 있는 응접실 쪽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알프도 무사하진 못했다.

 

아까의 환영의 모습 그대로 왼팔은 완전히 날아갔고 아까 마력을 폭발시킨 것 때문에 양다리가 종아리 절반 정도까지가 피투성이였다. 칭크의 단검이 일으킨 폭발로 인한 파편 때문에 입은 자잘한 상처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알프는 자신의 출혈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페이트를 끌어안으려 했다.

 

“…네…패배…야.”

 

그 순간 칭크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알프의 예민한 귀는 그 말을 알아듣고 무슨 헛소리냐는 듯 고개를 흘끗 돌려 칭크를 바라보았지만 칭크는 힘이 다 빠진 듯 늘어져서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알프는 그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페이트를 크로노의 곁으로 데려가기 위해 하나 남은 오른팔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번엔 오른팔이 사라졌다.

 

“…에?”

 

고통은 한 박자 늦게 찾아왔다.

 

처절한 비명소리가 방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크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알프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홀연히 나타난 그림자가 차갑게 선고했다.

 

“당신의 패배입니다. 짐승.”

 

콰직!!

 

디도의 블레이드 중 하나가 그대로 날아가 고통과 출혈로 쇼크를 일으키기 시작한 알프의 성대를 그대로 부수고 그녀의 목을 꿴 그 상태로 날아가 금이 간 벽에 그대로 박혔다. 당연히 알프도 그대로 끌려가 목에 칼이 박힌 채로 벽에 고정되었다.

 

“그르르륵!! 끄르르륵….”

 

하지만 사역마의 끈질긴 생명력은 목을 관통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어지지 않아 알프는 피거품을 뿜어내면서도 눈동자를 희번득거리면서 자신을 공격한 디도를 말 그대로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하지만 디도는 차갑게 비웃으면서 하나 남은 블레이드를 알프의 눈동자에 찌르고서는 그대로 가로로 그었다.

 

핏.

 

다시 피가 몇 방울 벽에 튀었다.

 

“마음에 안 드는 눈동자로군요. 마치 그 때의 그 계집처럼 불쾌해요.”

 

“그륵!! 끄윽!! 크르르륵!!!”

 

연신 피거품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디도에 의해서 잘려버린 안구에서 핏물이 눈물처럼 주륵주륵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디도.”

 

“네?”

 

디도와 동시에 나타나 잽싸게 페이트를 어깨에 메고 칭크의 용태를 살피던 세인이 디도를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그 사역마, 살아있어?”

 

“네, 내버려 두면 1, 2분 내로 죽겠지만.”

 

“상관없어. 한 30초 정도만 죽지 않으면 돼.”

 

“뭐에 쓰려고 하는 거죠?”

 

“칭크 언니가, 직접 박살내고 싶다는데.”

 

“…흐음.”

 

으직.

 

디도는 알프의 목을 부수고 벽에 박혀 있던 블레이드를 재빨리 뽑은 다음 전광석화처럼 가로로 휘둘렀다. 그리고 마치 마술과 같은 손놀림으로 블레이드를 등에 메고 허공에 떠올랐다 떨어지는 알프의 머리를 머리채를 휘어잡아 떨어뜨리지 않고 칭크의 앞까지 가지고 왔다. 그 모습에 세인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디도에게 물었다.

 

“어이어이, 살려두라니까!”

 

“살아있어요. 최대한 세포의 파괴를 피하고 절단면에 보존마법을 걸었으니 앞으로 15초 정도는 버텨요.”

 

“그정도면…충분.”

 

칭크가 웅얼거렸다. 칭크는 세인의 도움으로 박살난 양팔의 옷깃을 입에 물고 있었다. 디도가 알프의 머리를 여전히 벽에 처박혀 있는 칭크의 앞에 세워주었다. 그러자 칭크는 그대로 입을 열었고 아무렇게나 늘어진 손이 알프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알프의 입이 뭐라고 뻐끔거렸으나 칭크는 무자비한 목소리로 선고를 내렸다.

 

“사라져라.”

 

지이이잉.

 

늘어진 손에서 무수한 단검이 생겨나더니 그대로 알프의 머리에 박혔다.

 

퍼억.

 

그리고 이젠 못쓰게 된 칭크의 양팔과 함께 곧장 터졌다.

 

그게 알프란 존재의 끝이었다.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게 끝났다.

 

그 모습을 지루하다는 듯 보고 있던 세인이 페이트를 고쳐 안으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갈까요.”

 

“아아.”

 

칭크가 퍼져나가는 핏물과 뇌수를 멍하니 응시하며 대답했다.

 

 

이제, 임무 하나가 끝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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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느끼는 데 전투씬은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애니를 많이본 덕분인지 대충 이미지는 잡히는 데 그걸 글로 옮기기란 참으로 어렵군요.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무협지를 많이 읽긴 했지만 신체에 대한 용어라던가 격투에 관한 지식이 꽤나 빈곤한 탓에 쓰고도 어쩐이 긴박감이랄까, 사실감이 없어보이는 게 좀 고민이긴 합니다.

이런 건 직접배워야 하려나요............?


덧글

  • 카시니츠 2008/03/22 00:11 # 답글

    ...............무, 무셔워염...;;;;
    아아, 우리 페이트. 나노하쨩이 달려와서 뽀뽀한번만 해주면 전투에 나설텐데 나노하는 무슨 생각일까~ㅆ~
  • 아르젤 2008/03/22 00:36 # 답글

    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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