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이를 날려버렸던 주보의 광고

교회를 가면 주보라고 해서 좋게 말하면 광고, 나쁘게 말하면 선전 찌라시를 나눠줍니다.

전 개인적으로는 일단 개신교입니다만 실제로 교회는 안 나갑니다. 그냥 명함이 그래요.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열성신자여서 적당히 구색 맞추는 정도.

어쨌거나 그래서 저번 주에 교회에 가서 시간 때울겸 설교 도중에 주보를 훑는데 사람 어이를 날리는 광고가 있더군요.

보통 광고라고 하면 어떻게 해서 성령이 자신에게 강림했고 어떻게 기도를 했더니 각성을 했다, 뭐 이런겁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절 어처구니가 없게 한 건 바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 박사의 강의였습니다.

어떤 생물학인지 동물학인지 박사가 초등학교 중저학년 아이들을 상대로 창조론이 어째서 옳고 진화론이 틀린지 강의를 했답니다. 그래서 그 광고를 투고한 사람이 자신도 자신의 아이를 보냈더니 자신의 아이가 돌아와서 '창조론이 옳고 진화론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다'라고 말했다고 자랑스럽게 글을 올린 겁니다.

전 그 쪽에 대해서 모르고 창조론이 옳은지 진화론이 옳은지 증명해 보라고 하면 말할 수도 없습니다.(일단은 피상적인 지식으로는 진화론을 믿습니다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그게 고작 초등학교 2, 3학년 애들 데려다 놓고서 모 박사의 권위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어떻다!'라고 확언할 수 있는 문제는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아마 거기서 내세운 논거가 그...현생 인류로의 미싱 링크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거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그걸 하나 논거로 내세워서 A가 없으니까 B다!! 라고 주장하는 건 저질 흑백논리에 불과합니다. 나중에 발견되면 어쩔건데?

물론 나중에 하느님이 지상에 강림하셔서 뭐같은 인간들아 다 꿇어라 하면 데꿀멍해야 해야 하는 사태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어른들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쉬운 아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자신의 아이를 보내놓고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수용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외치는 부모나 그걸 성령의 임하심으로 치장해서 신자들의 신앙을 결속하는데 쓰는 교회나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게 만들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종교에는 중립적인 입장에 가까웠습니다만 이런 것들을 보면 볼수록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마구 들지 말입니다.


PS 왜 갑자기 이 소리 하냐면 어머니가 구약 성경으로 간단한 QT...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그걸 했는데 구약 성경은 보면 볼수록 답이 안 나오는 동네라서 말이죠. 연상작용으로 저번 주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덧글

  • CROIEL 2009/08/23 20:12 # 답글

    소위말하는 종교의 교리중에선 흑백논리로의 오류가 일어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종교는 '믿음'이라는 이 골치아픈 녀석을 중심해서 달리는 세계라고 자칭하니까요.
    하지만 저 상황에서는 종교라는 것, 그 이전에 저 흑백논리를 펼치는 근원의 이유가 존재하기에 알면서도 사용된다고 추측해볼수도 있겠죠.

    저 경우는 종교에서 자주 사용되는 오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더 강한 편입니다.
  • 흐뢰스베르그 2009/08/23 20:48 # 답글

    창조론 측 과학자(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들의 여러가지 병크를 보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도 진화론을 믿게 되죠:]
    그런데 의외로 고교 생물 선생님 중에서 수업시간에 창조론을 바탕으로(이른바 젊은 지구설) 수업을 전개하는 분들도 많더군요'ㅅ';;;
  • 아크리트 2009/08/23 20:56 # 답글

    중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교회에 끌려가서 미국이 진화론의 결점을 반박당하지 않으려고 결정적인 증거인 멕시코 공룡을 모조리 납치(?)해서 워싱턴 박물관에 보관(?) 중이라는 강의를 IT 박사에게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분명 동아리는 오카리나 부였는데 매 달 세시간 동안 그런 말만 듣고 풀려났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교회를 엄청 싫어하게 됬네요.
  • Allenait 2009/08/23 21:31 # 답글

    ...문자주의죠 뭘. 성경이 처음 씌여질 때 사고방식하고 지금 개신교계에서 보는 사고방식하고 많이 달라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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