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 6권-히키가야 하치만



1. 대단히 인상깊게 읽었지만 동시에 시험기간에 치이고 애니랑 연계시켜서 적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생각도 많이 들고 아쉬운 점들도 있었기에 쓰는 게 미뤄지고 미뤄지는데 이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적습니다.

2. 내용에서는 히키가야 하치만이 문화제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역이죠. 보통 일반적으로 문화제 이벤트 하면 히로인들과 달콤새콤한 이벤트가 메인이 되어서 평소에 보지 못한 그녀의 일면이라던가 코스프레라던가 후야제 때의 이벤트라던가 있겠지만...우리 하치만 대선생께서는 사가미라는 썅년 뒤처리에 모든 걸 다 집중하게 됩니다.

3. 사실 사가미 같은 캐릭터는 주변에 흔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는 사가미랑 다를 것 없이 보일 수도 있고 뭐 팀플 한두번만 해 봐도 사가미 같은 년놈들은 세상에 깔렸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로 그렇게 사람들에게는 울컥거리는 공감을 주면서 동시에 우리들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당당히 음험하고 찌질하게 사가미를 몰아붙이고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는 하치만 대선생에게 존경심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뺀질거리는 팀원에게 시원하게 욕 퍼부어 주고 싶고 뭐 이놈아 네가 뭐가 잘났다고 그럼? 하고 싶지만 우리는 결국 하지 않죠. 그렇게 해서 잃을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치만 대선생의 경우엔 그걸 시원하게 직격탄으로 날려버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하치만 대선생께서는 굉장히 이타적임과 동시에 엄청나게 이기적인 복잡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4. 단적으로 말해서, 하치만 대선생이 사가미의 슬로건 정하기, 그리고 마지막의 대폭발 씬인 도망친 사가미를 몰아붙이고 상처입혀 자신의 위치로 끌어오는 그 씬 모두 다 하치만 대선생은 '유키노시타를 위해서'라는 동기로 움직였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그냥 무난하게 자기가 투표결과만 가지고 가면 어떻게든 다 해결이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 사가미를 희생자로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단순히 '유키노시타를 위해서'라고 포장한다면 하치만 대선생은 다른 상냥한 남주인공들과 크게 다를 게 없겠죠. 하지만 하치만 대선생께서는 또한 동시에 극도의 에고이스트이며 완벽주의자입니다. 실질 원작을 여태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히라츠카 선생이 하치만 대선생에게(..어째 쓰다보니 요상하다) '결벽증'이라는 말을 몇 번 하죠. 그리고 하치만 본인도 타인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그는 모든 부탁이나 접근을 거절하고 일정한 선 안으로 타인이 들어오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반대로 한 번 맡은 일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그야말로 흠 잡을 데 없이 완수가 되지 않으면 본인이 못 견뎌하는 겁니다. 세상이 썩었고, 타인들은 적이며, 상냥함은 잔인함이라고 굳게 믿는 그에게 있어서 바로 그런 세상이기에 자기 자신에게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밀고 자신이 한 번 맡은 일에 대해서는 완벽한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지요.

누구보다도 세상에 실망하고 인간 관계에 실망하여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냉담한 하치만 대선생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강박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이러니함을 온 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5. 그리고 여기서 그는 그러한 완벽한 결과를 위해서, 자신이 동경하기에 드물게 일정 이상의 선을 허락한 유키노시타나, 아무리 거절해도 계속 순수하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과의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유이가하마를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나 아픔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는 점이 애잔함을 이끌어냅니다.

히라츠카 선생이 말했듯이, 아무리 인생의 진리를 체득한 하치만 대선생이라고 해도 마음이 있고 상처도 받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픔과 자신이 이루고 싶은 '다른 누군가의 행복'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동경해 온 그러한 완벽한 결과를 선택해버리죠.

누구한테도 이해받으려 하지도 않고, 자신이 결과적으로 성공리로 이끈 문화제에서는 모두가 자신을 경멸하며, 그 문화제조차 변변히 즐기지도 못했지만 그저 단 한 순간, 무대 위에서 빛나는 유키노, 유이, 하루노 등 자신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다고 믿고 신뢰하고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 시발 존나 멋지죠.

6. 결국 정리를 하면 그는 고2병입니다. 물론 단순히 이 한 마디로 치부하기엔 하치만 대선생의 심리나 행동이 완벽하게 파악되진 않습니다만 요는 그 또한 어디든지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가 다른 고2병들과 다른 것은 거절하고 거부하지만,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않으며 자신이 갈구하는 그런 결말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얼마든지 희생해서라도 이루어내는 그런 강함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공감과 존경을 이끌어내는겁니다.

현실의 고2병은 결국 자이모쿠자보다 약간 나은 정도로 끝나고, 세상에 대해서 상처받고, 실망하고, 그런 것에 대해서 어쩌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을 한 저 같은 종자들이 하악하악 하치만 대선생님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7. 뭐 하치만 대선생에 대한 찬양은 앞으로 한참 더 써도 모자라지만 다른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좀 적겠습니다.

일번 타자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이번 권에 있어서는 확실히 히로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혔죠. 특히나 1권에서 완고하고 하치만을 거부하던 그녀가 6권에서는 그런 자신과 하치만의 다름을 인정하고 '싫어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하치만에게 있어서는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유키노 본인의 진전이기도 하죠.

다만 스토리로서의 히로인은 분명 유키노시타 유키노입니다만 연애전선으로서는 과연 어떤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물론 막판에 '아니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어'라고 하는 것은 '친구가 아닌 연인이라면 가능해'로 파악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현재로서는 좀 더 '파트너' 혹은 '라이벌'의 관계를 지칭하는 것 같단 말이죠. 친구가 되어서, 하치만 본인이 독백하듯이 '길들여져서' 서로의 선을 알고 사소한 거짓과 간보기 등으로 퇴색할 수 밖에 없는 그러한 관계가 아닌, 지금처럼 정말로 거리낌없이 대할 수 있는 그런 상대를 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이가하마의 경우...뭐 유키노시타와는 다른 방향에서 강렬한 공격이 들어오긴 했습니다만 권 전체로서는 사실 큰 비중이 없고 오히려 유키노와의 백합분이 더 증가한 것 같단 말이지....

8. 그리고 연상조의 경우엔 히라츠카 선생이야 내내 존재감 없다가 막판의 그 발언 하나로 그야말로 히로인력이 천원돌파!! 쭉쭉 올라갑니다!! 5권이랑 연동해서 보면 대체 히라츠카 선생이 얼마나 히키가야를 좋아하는지 감도 안 잡혀요. 솔직히 하치만한테 상처받는 너를 보면서 상처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할 때 어딜보나 본인 이야기임.

하루노의 경우엔 개인적으로 하치만 대선생과 잘 어울리는 짝 아닐까 싶기도 한데...어쨌거나 히키가야를 본 순간부터 거의 그의 본질을 다 깨달았고, 반대로 히키가야도 자신의 본질을 대강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마음에 들어한단 말이죠. 어쩐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유키노시타와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관계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성격일 것 같다는 암시도 나오는데...게다가 하루노랑 결혼할 경우 이 쪽은 히라츠카 선생의 상위호환이기에 훨씬 더 얻을 것도 많단 말이지. 어쨌거나 6권에서 그야말로 태풍의 눈으로 활약합니다. 특히 사가미와 시로메구리를 들었다 놨다 하며 그야말로 흑막. 뉴트럴-카오스라고 해야하나.

9. 사가미에 대해서는 위에서 대략 적었고 오히려 개인적으로 더 짜증나는 캐릭터는 시로메구리...진짜 이 쪽이야 말로 악의를 가지고 히키가야 엿 먹일려는 것 같단 말이죠. 괜히 하루노 끌고 와서 평지풍파 일으켜, 사가미 통제를 못해서 유키노 쓰러지게 만들어, 수습을 못해서 결국 히키가야가 다 떠맡지만 그러고도 히키가야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지도 않아, 하여간 '본인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사고 치는 타입' 입니다. 작중 설명으로는 좀 모자란 듯 해도 그 점이 타인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데 그냥 '하도 사고치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안 도울래야 도울 수가 없는' 레베루.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이 최고책임자면 죽어날 것 같습니다.

10. 만족스럽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네 개인 이유는 4권과는 달리 타이트 함이 좀 없고 아무래도 이런저런 밑준비를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진행이 좀 루즈한 감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랬습니다. 막판의 폭발은 좋았지만 그걸 위해서 희생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달까....

11. 원서 보신 분들에 의하면 7권에서는 다시 한 번 하치만 대선생이 자신이 왜 대선생인지를 보이신다는데...으으 7권 언제 나와. 나 원서는 이제 안 살거란 말이야 엘노벨 뭐해 어서 다음 달에 하치만 대선생을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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