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이 5 물건 말인데, 적은 바와 같이 007 스카이폴이나 아님 뭐 가면 라이더 극장판 올라이더 대 쇼커 같은 '기념'의 느낌이 매우 강합니다. 하나의 독립된 물건이라기 보다는 여태까지 쌓인 인물들과 설정들, 그리고 역전재판만의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기념집 같아요.
그 발상 자체는 좋습니다. 역전 재판 시리즈도 이어져 왔고 과거의 캐릭터들을 그리워한다거나 한번 더 보고싶다거나 하는 마음들은 누구나 다 있을테니 한 번 정리하는 의미에서, 혹은 까메오 출연 등으로 웃음을 짓게 하는 모습에서 방향성 자체는 적절한 시간에 적당히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게 방향성만 좋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게 아니죠. 유감스럽게도 이 물건, 방향성은 잘 잡아놓고 세부적인 부분에서 엄청나게 실망스럽습니다.
2. 일단 가장 먼저, 난이도가 미치게 쉽습니다.
난이도가 쉬운 게 가장 큰 문제인가? 싶으신 분도 있겠지만 네, 이 문제 심각함. 트릭이라던가 인물관계 등은 제법 잘 잡아놓았고 그것들을 잘만 활용해도 충분히 기본 이상은 해 줄 수 있는데 난이도가 너무 심각하게 낮아서 저 좋은 걸 활용은 커녕 죄다 깎아먹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간에 요괴 마을 파트 같은 경우도 3 정도의 난이도라면 꽤나 까다롭게 갔을 겁니다. 근데 여기서는 트릭 자체는 어려운데 '가는 곳마다 증거품이 퍽퍽 튀어나와서' 뭐 바로바로 추리가 가능해져요. 대체 경찰이 조사는 제대로 하긴 하는건지 싶고 대체 범인들이 증거인멸이라는 발상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결정적인 증거들을 줄줄 흘리고 다니니 이거 뭐 흥이 나야지...증거품들만 적당히 구성해 봐도 전체 얼개는 다 보이게 될 지경이니 추리하는 흥이 안 나...아니 트릭 자체는 꽤나 복잡하게 구성을 해 놓았는데 대체 왜...
페널티의 경우도 애초에 페널티 주는 경우의 수 자체가 대폭 줄었고 회복이 사라진 대신에 특정 경우에 따라서는 한 방에 가버릴 수도 있는 그런 게이지 조절이 없이 무조건 동일하게 게이지가 줄어듭니다. 긴장감이 없어요 아예. 게다가 중간에 방해한다던가 하는 것도 거의 없고...
3. 두번째, 캐릭터성이 꽤나 어정쩡 합니다.
가장 심각한 게 바로 라이벌 검사 역인 유가미 진+신 등장인 코코네.
5 스토리 자체가 상당히 1과 3을 많이 참조하고 오마쥬한 느낌을 많이 줍니다. 유가미 진의 경우 실질 미츠루기+고도를 한 다음 거기다가 사무라이 컨셉을 집어넣었습니다. 4, 5장의 진행 또한 과거에 미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사건과 연동되며 과거의 범죄와 현재의 범죄가 겹치는 어디서 많이 본 그런 모습을 띠고 있는데....
첫째로 그냥 유가미 진이 별 활약이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가 엄청 강렬한 것도 아닙니다. 그야 뭐 첫 등장에는 오오오?! 싶지만 거의 하는 일도 없고 강력한 프레셔로 밀어붙이는 타입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개그나 개소리에 특별히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고도 검사에 비하면 얜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말은 '심리조작'이라면서 사람들을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몰아붙이는 듯이 설명하지만 솔직히 쟤 하는 거 보면 저 정도는 카루마 고우나 미츠루기도 진작에 다 하던 거.
코코네 또한 특별히 '주인공 측'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4장과 5장의 키 퍼슨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컨셉 자체가 일종의 기념물 같은 물건이고 코코네의 성격 또한 별달리 '여성적'이거나 모에 코드와도 관련 없는, 그냥 활기차고 막무가내인 타입이라는 걸 생각하면 여기도 나루호도+오도로키를 한 다음 열화카피를 하나 만들어냈어요. 게다가 어차피 역할도 대부분이 사이드킥 정도고. 근데 이럴거라면 차라리 오도로키에게 코코네의 역을 많이 주는 게 좋았을 겁니다. 4에서도 쩌리더니 자신과 많이 겹치는 부분을 코코네가 대폭 들고 가버린 탓에 실질 5에서도 그냥 쩌리입니다. 심지어 간파 능력도 거의 봉인되어서 쓸 일이 없고.
이럴 거면 4에서 인기 좋았던 미누키를 다시 활용하거나 아님 하루미를 넣어도 좋았을텐데 굳이 새로운 캐릭터를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캐릭터가 기존의 캐릭터들과 크게 다른 모습도 없다는 점은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시발 미누키 내놔 미누키.
덤으로 하다못해 인연이 있는 유가미와 코코네가 어떠한 감정의 교감이나 과거의 일에 대한 복잡한 감정 등을 내보이는 등, 나루호도와 미츠루기 경우처럼 좀 설명이나 해주면 좋겠는데 실질 유가미나 코코네 옛날 부터 서로 알았으면서 거의 서로에게 별 관심을 안 내보입니다. 그러고서는 막판에 갑자기 과거의 인연 흐헝헝 하는 걸 보니 뭐임 이거 싶어요. 전혀 심정이 따라가질 못하겠음.
나루호도도 너무 나이를 먹어서 침착해진 것도 걸리고...미츠루기도 그냥 높으신 분이 되어서 멀게 느껴지고...복잡한 심정. 솔직히 4가 나쁜거임 이건. 괜히 요상한 설정을 붙여서....
마지막으로 최종보스 또한 최종보스 다운 끈질김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뭐 위압감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몰아붙이는 것도 별 어렵지도 않으니...하다못해 테마곡이라도 좀 바꿔주지...
4. 법정파트에서는 여태까지 나온 것들이 그냥저냥 다 나오는데 뭐 진짜 맛보기 정도입니다. 사이코록이나 오도로키의 꿰뚫어보기를 대신해서 코코네의 '심리감정' 기능이 나오는데 이건 상대방이 말할 때 말하는 것과 '감정의 차이'를 파악하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이는 식으로 쓰입니다.
...문제는 이게 참 어정쩡한데다가....솔직히 말해서 증거가 전부라고 몇 번이나 말하는 주제에 전혀 증거답지가 않아요! 차라리 오도로키의 경우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걸 강조를 했으니까는 '납득'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코코네가 가진 '마음을 읽는 초능력'에 의거한, 그야말로 물증 하나 없는 능력인지라 이걸로 당당히 '후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군! 당신의 감정이 흔들리고 있어!'하면 상대방이 '으아아아악!!' 하고 놀라면서 진실을 줄줄 내뱉는 건 아무리 그래도 아니지 않냐...차라리 사이코 록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까지만 딱 알려주고 그 거짓말을 논파하는 것은 나루호도의 논리와 물증이었는데 이건 정말로 '왜 상대방이 진실을 뱉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존재하지 않아요.
덕분에 5장 최종보스한테 대놓고 씹히기까지 함! 그딴 게 무슨 증거냐!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야! 근데 그럼 여태까지 이거 써서 이겨온 건 또 뭐냐....이번 능력 투입은 제가 보긴 역대 최악. 설득력도 없고 재미도 없습니다.
5. 근데 법정파트는 차라리 나아요. 수사 파트가 레알 형편없음. 이게 실질 일곱번째 시리즈라는 걸 생각하면 대체 뭔 생각으로 이딴식으로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4에서 과학수사라는,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드는 시스템을 잘 도입해 놓고서는 5에서는 싹 다 치우고 다시 클릭 기계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과학 수사 파트가 4에서 약간 과도한 면이 없진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컨셉 자체는 참 좋았고 중간중간 간단한 미니게임 하는 기분으로 즐기면서, 아 내가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서 다음 작에서는 더 발전해서 가져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예 싹 다 날려버림.
덕분에 귀찮게 여기저기 클릭만 하고 있어야 하고 이 클릭도 자신이 체크한 부분과 체크하지 않은 부분을 몽땅 다 알려주기 때문에 차라리 예전에 으으 내가 무슨 증거를 빼먹은거지 하면서 하던 기분도 없고 그냥 증거를 중심에 놓고 클릭, 증거를 중심에 놓고 클릭 이 지랄하는 기분임.
게다가 사람들한테 증거를 듣는 부분도 그냥 물어보면 술술 다 대답해주기 때문에 참 단순반복노동입니다. 정말 이 놈들은 여태까지 쌓아온 노하우 다 어디다가 팔아먹고 이런 한심한 컨셉을 안일하게 채택한건지 모를 노릇입니다.
6. 그나마 다행인건 카툰렌더링 한 3d 캐릭터들이 만족스럽고 그만큼 연출 자체는 역대 최고로 괜찮긴 하지만...그야말로 세월이 흘렀는데 이 정도도 못 뽑아내면 그게 더 곤란한거지.
7. 하여간 열심히 플레이는 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엄청 허망하고 실망스러운 물건입니다 지금. 미뤄둔 역전검사 2나 해야할 것 같아요. 역전검사 1은 컨셉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2도 비슷하게만 만들었다면 차라리 나을 것 같음....에휴.
8. 원래는 좀 더 쓰고 싶었는ㄷ 더위+실망감이 겹쳐지다보니 그냥 여기까지....
at 2013/08/02 17:45


덧글
팬이라서 어쩔수없이 하는거지.. 실망스러움.
이게 다 4에서 괜히 나루호도를 리타이어 시켜서 쉬지 않고 타이틀을 내며 노하우를 쌓아가던 시리즈를 한번 리셋해버려서? (검사가 2개 나왔다지만, 방식이 상당히 다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