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 7권-공세종말점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 - 6점
와타리 와타루 지음, 박정원 옮김, 퐁칸 ⑧ 그림/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1. 실질 6권에서 1부가 끝남과 동시에 2부가 시작되는 권.

하지만 이 시리즈의 특징은 전권에서의 행동, 혹은 여태까지의 누적된 행동들이 캐릭터들의 방향성과 행동에 다대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이게 '사람'이면 당연한 건데 단편화, 모듈화가 엄청나게 진행된 최근의 이 동네 캐릭터들을 생각해보면 꽤나 신선하기도 해요.

덕분에 6권에서의 정말로 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짜내서 사건을 해결했던 하치만 대선생이 드디어 전선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최후의 공세를 펼친 후 주저앉게 되는,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가며 시작되는 권.

2. 사실 내용만으로 보면 다시 2권 즈음으로 돌아간 듯 평온하고 평범하며 해결도 그리 극적이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타인의 연애에 머리 들이밀어봤자 제대로 된 꼴 보기 힘든 게 사실이고 애초에 인간관계 자체에 학을 떼는 하치만이기에 그저 멀리서 약간의 조언과 상황 조성만 도와줄 뿐 직접적으로 뭔가를 나서서 하려고 하진 않습니다. 통상적인 러브코메였다면 여기서 다른 히로인들이나 주변인들이 와르르 몰려들어서 한바탕 개그 소동을 벌이겠지만 여긴 그런 거 없어요. 어디까지나 신중히, 그리고 의욕없게 의뢰를 진행해 나아갈 뿐입니다.

3. 요는, 이 권은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6권까지 구성되어왔던 그라는 인간상이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하지만 그렇기에 판박이인 에비나 히나의 의뢰를 해결해 나가면서 더 이상 여태까지의 자신만으로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한 번 파란이 몰아칠 것임을 경고해 주는 권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권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에비나 히나.

4. 학급 내 카스트 최상층인 미우라의 파벌에 속해 있고, 중증의 부녀자이며, 수다스럽고, 얼굴은 귀엽다. 이 정도의 설명만 준다면 독자들도 그렇고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전원 대충 '에비나 히나'라는 인간상에 대해서 대략 그려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 말고는 사람들이 에비나 히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는 소리기도 하지요.

실제로도 중반까지 하치만 또한 에비나 히나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후반에 들어서야 그녀가 원하는 결말을 알아차리고, 하치만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최상의 결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죠.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그녀와 자신은 어떤 면에서는 동류라는 점을 알아챕니다.

결국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절대로 타인을 자신의 안으로 들여놓지 않는' 인간이지만, 표층적 성격의 차이로, 혹은 대응 방식의 차이로, 혹은 주변에 우연히 엮이게 된 인물들의 차이로 다른 상황에 놓인 그녀는 또다른 하치만이나 마찬가지죠. 실제로 에필로그 파트에서 에비나 히나와 히키가야 하치만의 대화는 기실 대화가 아니라 동일 인물의 독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하치만은 실토하죠. 누구보다도 현 상황에 대해 기만으로 대해왔던 것은 다름아닌 히키가야 하치만 자신이라고.

5.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라이벌' 혹은 '대극'이라고 할 수 있는 하야마 하야토의 사과 이후 하치만의 반응.
많은 이들이 하야마 하야토의 사과에만 주목하는 것 같은데 전 그보다는 그 사과에 대한 하치만의 반응이 더 신경쓰이더군요. 오히려 하야마의 사과는 그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에 별로 놀랍진 않았습니다.

하야마 하야토는 '좋은 사람'이기에 자신의 부탁이 히키가야 하치만을 그런 식으로 이끌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거기서 미안함과 동정심 '자신은 그럴 수 없다'는 분노, 혹은 좌절감을 동시에 느끼는 거죠.

여기서의 흥미로운 점은 그의 사과를 들은 히키가야 하치만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주먹을 날릴 뻔 했다'라고 반응 하는데에 있습니다. 물론 첫째로는 '자신을 동정'하는 데에 대한 히키가야 하치만의 뭉개진 자존심의 끈이 정말로 끊어질 뻔한 데에 있습니다. 사람의 동정이라는 것은 때로는 비웃음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분노를 불러일으키거든요. 하치만으로서는 내심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녀석'인 하야마 하야토가 자신을 순수한 의미에서 동정했다는 건 그의 몇 없는 자존심을 말 그대로 짓밟는 행위인거죠. 여태까지 무슨 소릴 들어도, 어떤 대우를 받아도 비꼬거나 냉소적으로 대응할지언정 욱하며 덤벼든 적은 없던 히키가야 하치만에게조차 정말로 용납할 수 없는 일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 반응은 그만큼 히키가야 하치만이 정신적으로 몰려있다는 상황이라는 점도 보여줍니다. 정말로 자신의 방법에 대해서 확신을 가졌더라면, 자신의 '모두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에 자기 자신이 상처를 받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 자신이 항상 되뇌이는대로 인간에게 기대하지 않고 기대받지 않으며 유키노시타 유키노와도, 유이가하마 유이와도 어디까지나 '타인'으로서만 대할 수 있다면 사실 하야마 하야토가 그를 동정했다고 하더라도 그냥 비웃기만 하고 넘어갔을 지도 모르지는 일이죠. 하지만 에비나 히나가 타인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그녀와 다를 바 없이 기만으로 타인을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은, 어설프게 머리만 돌아가는 우리 결벽주의자 선생께서는 자신의 '최선의 해결책'이 실제로는 '최악의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다 알아차렸기에 이미 그로기 상태. 애초에 6권에서부터 아슬아슬했던지라 기실 다운입니다. TKO까진 아니더라도.

6. 결국 최선임을 가장한 최악의 해결책을 연달아 써버리고 AT필드는 무너지고 한 하치만 선생의 이야기의 전개는 다음 권을 봐야겠습니다만 하치만 본인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지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유이가하마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해요.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상황 처리'에는 능숙하지만 본인이 나서서 어쩌는 타입은 아니기에...

PS. 의외로 에비나 히나하고는 몇 년 뒤에 섹파로 지내고 있어도 그리 이상하진 않을 듯. 서로서로 가면을 쓰고 웃고, 적당히 푸념을 늘어놓고 하는 그런 관계.

PS2 미우라는 의외로 좋은 아이. 뭐 가까이 하기엔 솔직히 여러모로 피곤할 것 같지만서도. 음...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 정도는 미우라 루트가 생성될지도 모르지만...솔직히 얘는 너무 겉과 속이 같은지라 뭐랄까 친구의 친구, 내지는 여자친구의 친구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긴 힘든 느낌. 물론 단편집에서 활약한다면 모르지만...

PS3 근데 읽고 나서 쓸 거리가 있었던 점에 비해서는 이야기의 소재 자체는 그리 좋진 않았음. 아예 이세계의 법칙이 적용되는 러브코메 세계에서의 연애상담이면 모를까 이렇게 삭막한 이야기에서는 남의 연애 이야기만큼 주인공들이 대응하기 힘든 사건도 없지...어 근데 이것도 일단 러브코메였잖아 생각해보니까.

덧글

  • 꿈꾸는드래곤 2013/08/24 12:45 # 답글

    여러모로 다음권이 더 기대되는 권이더군요
  • 엘라인 2013/08/24 18:59 # 답글

    하지만 다음이 8권이 아니라 7.5권이었다는 함정이....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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