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의 테러 1, 2화 선행 시사회-힘은 빡 들어감

1. 내용 외적인 이야기부터 하자면 '대체 왜 애니플러스에서 이걸 선행시사회씩이나?'라는 의문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 내부에 와타나베 감독 빠돌이라도 있나....아니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까놓고 말해서 요즘 덕후들 중에서 와타나베 신이치로X칸노 요코 조합에 추억이나 환상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OTL

스페이스 댄디도 솔직히 이름값에 비하면 진짜 시원하게 망한거나 다름없고(업계인들 평가는 좋았다지만 솔직히 난 재미 없었...) 언덕길의 아폴론도 사실 흥행은 그닥이었잖아...그게 그나마 와타나베 감독 최근작임.

칸노 요코야 꾸준히 여기저기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뛰어나다고 느낀 건 DTB 이후엔 딱히. 아쿠에볼이 그나마 좀 아 칸노 요코군 싶긴 했는데 작품이 말 그대로 우주 너머로 날아가서 뭐 음악 담당 운운할 계제가 아닌 물건이고.

뭐 덕분에 오늘 가보니 빈자리 많더군요.

2. 네타 없는 부분부터 말하자면...음...솔직히 세일즈 포인트가 잘 안 보이는 느낌입니다. 무슨 소리냐면 소재는 존나 묵직해서 저 같은 옷상들에게나 먹힐 것 같은 물건인데(중2분이 없진 않지만 진짜 앞으로 대량투여하지 않는 한 중고딩들한테 썩 먹힐 느낌이 없음. 아예 코드기어스마냥 허세력+과장 연출을 쩔게 가면 모르겠는데 묘사 자체는 굉장히 건조하고 사실적임) 정작 캐릭터들은 죄다 여성향. 쿨가이+안경인 나인을 시작해서 진짜 트웰브는 남자들한테는 죽어도 안 먹힐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히로인...어 리사였나? 하여간에 얘도 딱히 남성층을 노리고 만들었다고 보기에도 되게 미묘함요. 그냥 중립적인 느낌.

다시 말해서 애초에 캐릭터 위주로 판이 짜여진 요즘과는 달리 애초에 캐릭터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좀 최근 캐릭터성을 띈 남캐 두 놈은 레알 여성향.

근데 위에 말했다시피 소재나 내용은 전혀 여성향 어필이 안 됩니다. 같이 보신 고양이님의 경우에는 '사무라이 참프루'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일단 동의. ...뭐 그거 좋아하는 여성분들 많긴 했...나?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봤는데 그게 많은지는 모르겠다.

3. 제목의 힘을 줬다는 건 말 그대로. 시작 전에 와타나베 감독의 스페셜 코멘트 영상이 짧게 있는데 본인이 스페이스 댄디랑 같이 오래전부터 기획하던 물건인데 이제서야 만들게 되었다고 하면서 말하는데 정말 보면 미치게 기합 빡 넣고 만든 게 그냥 보여집니다. 1, 2화 둘 다 그래요. 진짜 배경 질감 묘사나 아님 동화 하나만 봐도 감독이 무지하게 신경썼다는 건 정말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문젠...너무 힘을 주다보니 되려 쬐끔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굳이 따지자면 어...그 갱스 오브 뉴욕이나 쟝고 분노의 추적자의 디카프리오 떠올리시면 되요. 아니 분명히 잘 했고 비장함 풀풀 느껴지고 그렇긴 한데...그 대놓고 '씨바 나도 아카데미 주연상 좀 타보자고!!'라는 그 소울의 외침이 너무 절절해서 되려 '연기를 하는 것 같다'란 느낌을 좀 받게 되는 그런 거. 다른 이야기지만 그런 면에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디카프리오는 좋았습니다. 여전히 기합은 들어가있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더 자연스러움. 거기서는 주연상 타도 괜찮았을텐데...

잔향도 좀 그런게 있습니다. 특히나 오프닝 엔딩을 둘 다 칸노 요코에게 맡긴 건 솔직히 실패 같아요. 둘 중 하나, 개인적으로는 오프닝이지만 와타나베X칸노 요코의 특이성을 감안한다면 엔딩이라도 메탈이나 좀 강한 펑크록 밴드 같은 데에 맡기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겁니다. 어반-오프닝-본편-엔딩에 이르는 크게 네 가지의 시퀀스가 모조리 다 칸노 요코로 떡칠이 되었을 뿐더러 정말 하나의 분위기와 테마 일색이다보니 좀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다시 DTB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1기의 경우 당시 잘 나가던 어빙던을 써서 그야말로 간지 분위기 팍 잡고 본편에서는 칸노 요코 특유의 그 재즈 bgm의 활용이 매우 적절했으며 엔딩에서는 발라드를 통해서 조금 쉬는 기분을 통하고 다시 예고에서 칸노 요코 곡을 활용함으로서 화려함-스타일리쉬+재즈(풍) 특유의 풍부한 질감-잠시 휴식-다시 시선 집중의 테크를 잘 탔는데 이건 그냥 칸노 요코-칸노 요코-칸노 요코-칸노 요코라서...까놓고 말해서 좀 물린데다가 부담스러움.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예를 들자면 이런 영상처럼 좀 음악 사용을 해줬음 했음.

3. 그럼 이제 이하는 네타 있는 감상으로.































4. 시작하죠.
일단 감독이 오랫동안 생각해 온 물건이라고 운은 뗐지만 그게 2001년 9.11 테러 이후인 건 확실합니다. 1화에서 도쿄도청을 날려버리는데 그 수단이 테러이고 도쿄도청은 쌍둥이 빌딩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전체를 폭발로 날려버린 게 아니라 기둥들을 잘 끊어서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도록 세팅했다는 점, 뿐만 아니라 카메라 워크 등을 보고 있으면 9.11테러가 직접적인 영감을 준 것은 틀림 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뭐 그렇다고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죄다 죽이면 그냥 테러리스트니까 세심하고 민간인을 죄다 대피시키고 사상자를 최소한으로 억누르는 수단을 취하긴 합니다만....

뿐만 아니라 1화 어반, 즉 시작하자마자 주인공 2인조는 핵폐기물 처리시설에서 플루토늄마저 빼돌립니다. 즉, 십중팔구 클라이막스에서는 레알 도쿄를 핵으로 날려버리겠다고 선전포고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로 막나간다는 거. 특히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로 핵이라면 그냥 경기를 일으키게 된 일본에서 1화 시작하자마자 핵부터 빼돌리는 2인조라니 그 동안 왜 이 물건이 표류했는지 말 안해도 알 것 같은 기분. 아마 9.11테러에서 영감을 받고 이거 만들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한 후 어느 정도 원안 다듬고 준비하다가 후쿠시마 사태 터져서 또 밀린거겠지....

여하간에 최근 열도 애니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현실과 괴리된 판타지 월드도 아니고 사회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곳에서의 사건도 아닙니다. 작중 등장인물들이 직접적으로 말하지만 주인공 남성 2인조는 레알 일본 사회 자체에 전쟁을 걸려고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스케일과 발상에는 경의를 표합니다.

5. 다만 동시에 이 물건에는 숨길수 없는 '낡음'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1화 끝에서 붕괴하는 도쿄도청을 바라보며 태연히 아이폰5로 사진을 찍는 나인의 그런 전형적인 요즘 세대 고등학생의 쿨함과 습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1화 중간에서 히로인인 리사가 나인과 트웰브를 바라보며 낯부끄러운 '얼음과 같은 눈동자 태양과 같은 미소' 독백을 한다거나 이지메를 당하는 리사를 바라보며 '천진난만 잔혹 쇼타' 포지션을 가진 트웰브가 갑자기 난입해서 괴짜 같은 기행을 한다던가 하는 건 지나치게 클리셰적이고 진짜 '야...이건 좀...'싶을 정도로 촌스러운 직구라서 어쩔 수 없는 벽 같은 게 동시에 느껴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얼핏 드러난 주인공들의 과거도 '비밀리에 건설된 DNA 개조 시스템' 관련이 될 게 보입니다. 물론 반전이 있을 수도 있지만 노이타미나 제작 애니에서 그것까지 뒤엎을 정도로 스토리 여유가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즉, 이런 점에 있어서는 정말로 고전적인 클리셰를 차용하고 있어서 과연 이거 이렇게 나아가도 좋은건가?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기도 합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맨 처음 리사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나 교류하게 되는 과정이 '길 가다가 전쟁에 휘말려서 건담에 탄다'급으로 뻔뻔한 날림이라 여태까지 쌓인 애니 노하우적으로야 허용 가능하지만 이런 물건에서까지 그런 뻔하고 유치한 방법을 써야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게 감독이 일부러 다 계산하고 넣은 것이라면 괜찮지만...어째 후반부에 큰 삑사리 하나 나서 분위기 깰 것 같은 걱정도 상당히 커요 정말로.

6. 일단 2화까지 해서 뿌릴만한 떡밥은 충분히 뿌렸습니다. 물론 앞으로 진행하면서 더더욱 많은 떡밥들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물건의 뼈대를 관통하는 떡밥은 뿌려졌단 말이죠. 게다가 1화에서 도쿄도청을 9.11을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날려버리고 2화에서는 경찰들을 비웃듯이 엉뚱한 곳으로 유인하고 롯폰기 경찰서를 폭파합니다.

즉, 2화 만에 국가권력을 상징하는 두 군데를 화끈하게 박살낸거죠. 그것도 아예 능력배틀물에서 당연히 허용되는 '평범한 인간이 어쩔 수 없는' 방법이 아닌 걍 과학과 폭탄으로 말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 물건에는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가 넘치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나치다고 느껴지는 감독의 의욕과 군데군데서 보이는 숨길 수 없는 '애니메이션 적 클리셰'에 물타기를 하는 점은 불안요소기도 합니다. 너무 자신의 생각에 몰입하다보니 발밑을 못 보는 그런 거요. 이게 어떻게 풀어져 나갈지는 봐야 할 점입니다만 역시나 후반부가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이게 1쿨이라면 정말로 후반부 폭망이 우려되고 2쿨이면 2쿨대로 허리 부분을 어쩔지가 참 여러모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되더군요.

7. 기타로 하나 신경 쓰이는 건 바로 제목. 잔향의 테러입니다만 원작은 残響のテロ가 아니라 残響のテロル입니다. 저 뒤에 ル가 대체 무슨 이유로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오렌지를 어륀지라고 하고 싶은건지 아님 저 단어마저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저것도 개인적으로는 꽤나 신경 쓰이네요.

8. 하여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번 3분기는 진짜 볼 게 없어 절절 매는 시기인지라 이렇게 기대할 수 있는 물건이 나와주는 건 좋네요. 게다가 어쨌거나 과거 황금콤비의 조합이니 말 그대로 선 굵은 물건 하나가 나와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쁠 것 같긴 합니다.

PS. 아무래도 사고 치고 문서과로 쫓겨간 시바사키라는 우수한 형사가 메인 적으로 나올 것 같은데 이 아저씨 디자인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 어딜까했는데 아무래도 비밥 극장판에서 적으로 나온 그 아저씨 닮은 것 같음. 아님 그냥 우메츠 야스오미 작품들 중 어딘가에서 나왔거나. 그 아저씨도 수염 중년 좋아하는 편이니.

PS2. 이시카와 카이토가 저런 연기가 되는구나...해서 좀 감탄중. 레도와 동일 성우라고는 잘 안 믿어짐. 대사가 아주 많진 않아도 주연인만큼 목소리 인식할 정도로는 충분히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레도 느낌은 거의 못 받음.

덧글

  • natsue 2014/07/06 01:38 # 답글

    テロル는 테러란 단어의 어원인 독일어라고 하네요. 테러란 말 자체가 일본식 영어라는 게 니코니코 백과의 설명인데 ….
    스핑크스 드립과도 맞물려 생각하면 어원적인 차이점을 이용한 트릭을 작중에 써먹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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