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대담한 무브...에 대한 희망

1. 작년에 올해 야구에 대해서는 딱히 입 털지 않겠다고 했고 여태까지 그 약속을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내년 야구에 대해서 말해볼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뻥입니다.

그냥 심심해서 한 번 써보는 겁니다. 

2. 올해 넥센 야구는 솔직히 더 이상 이룰 게 없습니다. 3위는 거의 확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위로 5.5경기인가 그렇고 밑으로 7.5경기인데 위쪽 두 팀하고는 워낙에 실력 차이가 나서 범접하기 어렵고 아래 팀들하고는 실력 자체가 그렇게 차이가 나진 않지만 저 정도 경기 차이면 넥센이 한 8연패쯤 하는 동안 그 쪽 팀들이 7할 승율을 찍어야 하는데 말이 쉽죠.

설령 저런 일이 일어나서 넥센이 올해 가을 야구 못 간다고 하더라도 넥센으로서는 아쉽다는 소리는 나와도 딱히 못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올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충분히 낸 셈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제 염감에 대한 기대는 반은 빗나갔습니다. 전 아예 망하길 바랬거든요. 아니, 이건 정확하지 않네요. 정확히는 망하는 걸 감수하더라도 야수진 뉴페이스들을 길러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이 점에 있어서는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입니다.

3. 채태인 영입

사실 이건 염감보다는 이장석의 작품입니다. 시범경기 성과가 워낙에 안 좋았고 특히나 박병호-유한준 두 장타자가 빠져나간 자리가 원체 커보이니 고액연봉자 처리가 급하던 삼성과 니즈가 맞아떨어져서 트레이드가 이루어졌죠.

현재로서만 보면 넥센의 윈 트레이드입니다만 넥센이라는 팀 전체를 보면 사실 좋지 않습니다.

넥센은 좋건싫건 계속 유망주를 뽑아다 키워서 팔아서 해먹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지금 검찰 조사 받고 있는 이장석이 경영권 내놓고 새 구단주가 들어서면 혹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현재까지로서의 재정구조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팀 전체도 그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죠.

가능하면 4강, 안 되어도 와일드카드를 노릴 전력을 계속 만들면서 유망주, 특히나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는 타자 유망주들을 육성해서 팔아먹자, 이게 기본 마인드입니다. 

그런데 올해 예상보다 선수들이 빠져나간 타격이 클 것 같자 채태인을 영입하죠. 성적만 보면 성공입니다. 채태인은 득타율도 높고 특별히 팀 케미스트리에 잡음도 일으키지 않으며 수비도 큰 문제는 없죠.

문젠 현 넥센의 팀에 있어서 채태인은 계륵이라는 데 있습니다. 3위라는 예상 외의 호성적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넥센입니다만 이건 정말로 예상 외로 신재영-박주현 두 신인 선발이 놀라울 정도로 잘해줬다는 로또에 기인하고(신재영까진 그렇다 쳐도 박주현은 로또 맞습니다) 올해 넥센은 5위를 노리는 정도고 가능하면 야수진이 터져주길 바라는 데에 있었습니다. 투수진은 경험치 좀 쌓고 신재영이랑 양훈이 성장하길 바랬던거고.

그런데 성적이 잘 나오면서 채태인의 역할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리고 야수 운영에 있어서 꽤나 보수적인 감독의 특성상, 그리고 노장 타자의 특성상 못해도 안정적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게(그리고 연봉이 어마어마한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채태인의 지분이 너무 커졌죠. 덕분에 대니 돈은 별로 잘하지도 못하고 빠따에서 악영향을 미치는 외야 수비로 자꾸 나가게 되고 1루가 되었건 외야가 되었건 여하튼 한 자리가 모자라게 된 겁니다.

문젠 넥센 야수진, 특히 외야 팜은 리그 최고급인데다가 리그에 드문 장타툴을 가진 이들로 넘친다는 데 있습니다. (이젠 거의 주전이지만)고종욱, 강지광, 임병욱, 홍성갑, 허정협 등은 전부 다 최소한 중장거리 타자는 될 파워를 가진 툴가이들이며 이젠 더 이상 2군에서는 보여줄 것들도 없는 이미 검증된 알짜배기 유망주들입니다.

그런데 이택근만으로도 비좁은데 채태인까지 계속 한 자리를 차지하니 가장 팬과 감독의 입맛에 맞는 수비-컨택 툴을 가진 박정음선수가 가장 부상하고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포텐이 터지는 데 리스크와 시간이 둘 다 요구되는 장타툴 선수들이 죄다 대주자, 대수비로 어정쩡한 롤만 부여받으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습니다. 이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아니 그나마 대주자-대수비로나마 자기 역할을 부여받는 임병욱-강지광은 그나마 행운이죠. 홍성갑이랑 허정협, 특히 허정협은 저 성적을 내면서도 2군에 처박혀서 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넥센이 정말로 공언한대로 2018년 대권을 노린다면 지금 당장은 박아넣고 써도 모자랄 장타 포텐 야수들이 처박혀서 나오질 못하고 있단 말입니다.

이 점은 굉장히 걸리는 점.

4. 그런 면에서 제가 대담한 무브라고 적은 건...내년도 용병, 타자 용병을 아예 뽑지 말고 가보는 무브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용병 3명을 뽑을 수 있는거지 뽑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대니 돈 선수는 저평가받는 것에 비해서는 좋은 선수입니다. 다만 현재 넥센에 필요한 유형의 선수는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BABIP가 좋은 중장거리형 타자. 인성은 조용하지만 융화가 잘 되며 내구성에 큰 문제 없고 멀티 플레이어. 감독 입장에서야 쓰기 좋지만 반대로 파워툴에 한계가 있으며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운동능력과 내구성은 언제고 깨질 수 있고 큰 위력을 기대하긴 어렵죠. 그리고 팀 전체가 기동력-중장거리 야구를 시전하면서 별로 자신만의 특징이랄 것도 없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잠깐 이야기를 돌려서 투수진을 보자면 양훈 선수는 무리같지만 내년에 밴헤켄-맥그레거-신재영-박주현 이렇게 넷이 기본이 될 테고 그 다음 5선발로 조상우-최원태 이 둘이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불펜진은 복귀가 좀 늦긴 하지만 한현희-이보근-김세현을 필승조로 해서 마정길-이정훈-김정훈-오재영-강윤구가 있고 김상수랑 김정훈은 롱릴리프 겸 땜빵 선발로 쓰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한현희와 조상우는 실전감각 문제가 있고 마정길 이정훈은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기에 여러모로 차이는 나겠지만 사실 투수진은 이 정도면 리그 중간은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2018년 대권을 노린다면 사실 맥그레거 선수는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피어밴드 선수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극대화한 선수라서 이닝이팅은 되지만 장타는 더 처맞는 쪽이죠. 시즌을 꾸려나가는 데에는 요긴합니다만 크보처럼 외노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리그라면, 그리고 대권을 노린다면 노장이지만 적당히 할 일 해주는 채태인 선수만큼이나 계륵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차피 팀 내에 야수진은 넘쳐나는 판이니 그냥 용병 타자 포기하고 차라리 내년엔 한 번 모험을 걸어서 장타툴을 가진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넉넉하게 주면서 그 빈 자리를 활용하고 더 나아가 남는 돈으로 맥그레거 대신이 진짜 2선발급 투수를 잘 긁어보는 게 어떻냐는 거죠.

5. 아님 이게 너무 리스키하다, 하면 팀 내에 남아도는 야수 유망주들 교통정리도 할 겸 트레이드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 넥센이 받아올 팀은 없지만 반대로 현금 트레이드를 해서 돈으로 외노자에 투자한다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은 하죠.

6. 뭘 벌써부터 내년 이야기냐 할 수 있지만 최근 몇 경기 빠따들이 지쳐서 허덕이는데에도 별 차이 없는 같은 로테이션 돌리는 거 보고서는 문득 생각이 나서 끄적이게 되었습니다. 주전을 믿고 신뢰하는 것도 좋지만 올해 염감은 사실 작년과 큰 차이 없이 쓸놈쓸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았거든요. 덕분에 3위라는 호성적을 올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그만큼 리빌딩이 뒤로 밀리면서 좋은 재능들이 하나같이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니까요.

7. 사실 이장석이 정신이 있다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새로운 방향성을 정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문젠 본인이 검찰조사 받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겨울에 과연 뭐가 어떻게 돌아갈지...?

덧글

  • 최경도 2016/08/11 20:36 # 답글

    오늘 이장석 구속영장 나온거 보고 이제 이팀은 06현대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 벨제브브 2016/08/11 20:47 #

    읔ㅋㅋㅋㅋㅋㅋ전 이거 쓰면서 구속영장 나온 거 몰랐는데 나온거 보고 엌ㅋㅋㅋㅋㅋㅋ근데 진지하게 이 팀은 이장석이 만든 팀이라 구단주 바뀌고 어설프게 손 대면 망하는 건 순식간일텐데 말입니다.
  • 최경도 2016/08/11 22:04 #

    그래서 내년되면 07현ㄷ... 읍읍
  • 1월군 2016/08/11 21:23 # 답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외야 외인이 필요 없다 생각해보니 외국인 타자 들어갈 공간이 애매하긴 하네요. 확실히 외야는 교통정리가 필요합니다.
    성사가 가능만 하다면 저 가능성 충만한 외야자원을 하나정도 빼서 투수를 구해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투수가 귀한 시대라서 누가 빠따를 데리고 가서 투수를 내어주겠냐 싶지만서두요.
    반대로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 '빠따를 데려오고(채태인) 투수를 내어준(김대우)' 팀이 우리팀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아쉬운 부분이네요. 채태인이 나쁜 선수는 아닌데...나이가 ㅠㅠ
  • 동사서독 2016/08/11 23:22 # 답글

    형주 문제로 시끄럽다가 이릉대첩 헬게이트 열린 기분이네요. 장석꾼은 백제성에 감금(...)되고 염갈량 혼자 출사표 쓰고 북벌하러 가게 생겼습니다.
    마블에서 히어로즈 스폰서해주면 좋으련만... 고척돔에서 히어로즈 소속 선수들이 어벤저스 코스프레하고 싸인회 열며 야구 보러 온 관중 대상으로 어벤저스 3 시사회 관람권 추첨, 로다주, 크리스 에반스 고척돔에서 내한 행사하고 스파이더맨이 시구 행사 ... 팀 명 '마블 히어로즈' ... 딱 좋죠.
  • 쓰로이 2016/08/12 00:50 # 답글

    장석꾼이 잡혀가면서 대권은 고사하고 생존이 위협받게 생겨쓰요...
  • Soulseek 2016/08/12 01:45 # 답글

    장타툴 유망주 중 홍성갑 허정협은 기회를 적게 받아서 제외한다 치더라도 강지광 임병욱이 채태인때문에 대주자 롤로 쫓겨나서 성장이 늦는다는 말은 좀 아닌거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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