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육성계획 12화 完 감상

1. 잠시 부제를 고민하다가 관뒀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크게 두 가지인데 둘을 하나로 묶을 마땅한 문장이 안 떠오르더군요. 상관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두 가지 주제입니다. 스토리랑 연출.

2. 먼저 이야기 자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치명적 유해물 같은 진짜 아저씨 냄새 풀풀 나는 다쟈레 누가 생각했는지 그런 식으로 모든 걸 퉁치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예쁜 캐릭터가 죽으면 유해한가? 네 멘탈은 설탕유리인지 몰라도 내 멘탈은 멀쩡한데 뭔놈의 멘붕물 타령인가. 그리고 씨팔 그놈의 마마마 아니라고 좀 소리는 반드시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네요.

이 이야기가 희망을 이야기하는가 절망을 이야기 하는가라는 점에서 보면 단연 전자입니다. 이 이야기는 마법소녀들의 꿈과 희망을 다룬 이야기가 맞습니다. 아예 절망을 하기 위한 전제로 꿈과 희망을 준 게 아니라 여기 나오는 마법소녀 16명(그래 뭐 네무링은 좀 애매하다만)은 전원 다 자기 자신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그 꿈과 희망이 보편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냐는 그 다음 문제에요. 적어도 마법소녀들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는 꿈과 희망을 잡기 위한 이야기이고 그걸 위한 Collateral Damage를 감수하는 마음가짐은 있어도 처음부터 절망에서 허우적거리는 마법소녀는 없습니다.

더 나아가, 마마마 때도 그랬지만 이 물건은 마법소녀에 대한 변주는 있어도 뼈대 자체는 어디까지나 왕도를 지향합니다. 뭣하러 자신은 단순한 살인자여도 상관 없다고 리플이 결의한 11화에서 처음으로 리플의 변신씬을 넣어줬을까요? 왜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하던 스노우화이트가 12화에 들어서 처음으로 변신 씬이 들어갔고 희고 검은 두 명의 마법소녀가 남아서 마을을, 나아가 세계를 지키고자 할까요? 별 생각 없이 보면 그냥 시간때우기인가 할지 몰라도 변신 씬은 마법소녀물에서 소녀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전신 360도 핥듯이(...) 보여주는 그 씬이야 말로 마법소녀 애니에서는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희고 검은색 마법소녀 2명은 어딜보나 초대 프리큐어에 대한 오마쥬이죠. 

악의를 가진 강대한 적에 의해 16명의 마법소녀 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둘 뿐이었지만 그 남은 둘이 절망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꿈과 희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마법소녀 육성계획이라는 제목에 매우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정이 뒤틀렸더라도 결국 그렇게 해서 가장 마법소녀다운 마법소녀 둘은 훌륭하게 자라났으니까요.

3. 스노우화이트와 마도카는 비슷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같진 않습니다. 중간중간 계속해서 마법소녀가 되고자, 자신을 희생하고자 했던 마도카와 달리 스노우화이트는 끝까지 그 누구도 죽이지 않습니다.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번 이야기 내에서는 누구에게도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그에 반해 결말에 있어서는 모두를 구원하고자 스스로를 희생한 마도카와는 달리 자신의 꿈과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쪽으로 방향성이 바뀌죠. 서로를 뒤집어 놓은 꼴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런 식의 자신의 풋풋한 이상을 밀고 나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아니 사람들아 다른 여자애들 죽이는 게 정상이 아니라고!(...) 

4. 연출적인 면에서는 진짜 제작진이 절망적이었습니다.

그 화에서 죽을 얘 회상 어떻게든 끼워넣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정보전달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정말 최악이더군요.

하다못해 12화에서 스노우화이트와 리플의 에필로그에서도 원작에서 마법나라 어떠한 후속조치를 취했는지(재발방지 약속, 사과, 마법나라로의 초대, 리플에의 치료 제공)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이 끝나니 원작을 안 본 사람들은 어? 파브가 죽었는데 아직도 마법소녀임? 그보다 마법나라 뭐가 어떻게 된거야? 하는 반응들을 많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저라도 원작을 안 봤다면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세세하게 따지자면 정보전달 면에서 아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오히려 최후반부까지 숨겨둬도 좋은 스윔스윔의 정체는 빨리 밝히지 않나 도대체 뭐가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 전혀 파악을 못한 느낌. 

게다가 액션 연출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계속 삑사리를 내더군요. '하드보일드한 연출'이 무조건 '맥빠지는 연출'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하드보일드하게 가기 위해서는 바로 그 순간의 장절함과 덧없음을 동시에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크람베리의 사망씬은 왜 바꿨고 스윔스윔 전투씬도 중간까진 좋다가 정작 중요한 플래시뱅 터지는 건 또 한심하기 짝이 없고...제작진 내에서의 우선순위 기준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순간은 톱스피드의 죽음. 원작에서는 정말로 비명도 못 지르고 일격에 사망했는데 애니에서는 쓸데없는 카레 이야기+스노우화이트 시선까지 주면서 되려 극적 긴장감을 아주 왕창 깎아먹더군요. 그리고 원작에서 진짜 묵직하게 다가오던 '그 날, 리플은 단 하나의 친구를 잃었다'라는 이 문장 근처까지도 못 가는 분위기 조성 등.

5. 예전에 말했지만 이 물건에 대한 기대는 B+, B급 중에서 탑을 기대했는데 결과물은 B-입니다. 그냥 구멍이 많은 B급이 나와버렸죠. TVA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엔 그냥 세부적인 부분에서 제작진의 실력과 연출이 후졌습니다. 정말 후지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작진이 학교생활과 매우 비슷한 스탠스로 접근했다고 보여지는데 의도적이라면 형편없는 실수이고 그게 유일한 능력이었다면 여러가지 의미로 앞날이 걱정될 수 밖에 없네요.

6. 국내에는 V노벨이라는 역적이 잡아 들어와서 후속작 언제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열도에서는 꾸준히 시리즈 나오고 있고 지속적으로 팬들의 평도 높은 걸 봐서는 매우 좋은 시리즈임은 틀림없는데 과연 2기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일단 반응 자체는 괜찮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판매량 4천장 이상 힘들 것 같고(개인적으로는 3천만 나와도 다행이라고 생각) 요즘 라노베 원작 애니화는 기본적으로 one and done 수준으로 한탕 치고 빠지기 뿐이라 글쎄요...

7. 아 한 가지 좀 재밌달까 흥미로운 점은 성우들이 원작을 다 읽은 모양이더군요. 걸리쉬넘버의 치토세만 있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웃음) 사실 뭐 단권이니 그리 읽기 부담스럽지도 않았을테지만 홈페이지 가면 있는 성우들 간단 인터뷰에서 의외로 자기 캐릭터 파악하고 있구나 싶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난 진지하게 성우들 라노베 같은 거 안 읽을거라고 생각함. 근데 그 와중에도 오가타 메구미는 정말 안 읽은 것 같기도 해(...)

PS 스윔스윔의 리더쉽에 대해서 논하는 이들이 있던데 물론 이리저리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만 야 걔 7살,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그 나이에 그 정도 결단력, 전략, 전술, 용인술을 갖췄으면 뻥 좀 보태서 카이사르급은 되겠다...
근데 사람들 왜 그렇게 스윔스윔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음. 이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인데.

덧글

  • Rain 2016/12/23 20:12 # 답글

    인명피해가 많을망정 본작은 분명 정통파 마법소녀물입니다.

    마마마? 그건 작품성과는 별개로 꿈과 사랑과 희망이 승리하는 이야기가 될 수 없는 세계관이죠, 그거야말로 마법소녀 스킨을 씌운 코스믹 호러.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본작이지만, 다시 볼려니까 멘탈이 감당이 안 돼서 원작 정주행도 못 하고 TVA도 못 보고 있군요. 치명적 유해물이라는 표현은 틀리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 물건이 정통파 마법소녀물일 수 있다는 것도 본작을 높이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

    V노블의 행보는 욕나옵니다만...일단 리스타트까지는 애니빨로 내기는 할 모양이군요.

    한편 불안점이라면 후속작들 정보를 보니 본작도 결국 마마마처럼 정통파 마법소녀물에서 벗어나는 전개가 될 수도 있어보이는 점이 걱정이라면 걱정이군요.

    스윔스윔을 싫어하는 이유라면 간단합니다. 정통파 마법소녀물에서 이렇게 어그로를 끄는 악역이 인기있을리가요.
  • ALT F4 2016/12/24 12:44 # 답글

    악역이라서 이기보단 이 캐릭이 기타매체에서 잘 안건드리는 역린을 제대로건드린게 크다봅니다.

    임산부 살해 그것도 의도적으로 태아를 노리는식으로
    1타쌍피로 살해해버렸는데 살인자의 내용물은 7살짜리 초등학교 1년생이니 받아들이는입장에서는 기묘한감정만 남게하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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