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로그원+닥터 스트레인지 감상-평타...이하.

1. 같이 쓸 종류의 것은 아닌데 닥터 스트레인지는 원체 쓸 말이 없었던지라...

2. 로그 원은...까놓고 말해서 평타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못 만든 것과 평타 사이의 어중간한 지점인데 팬심+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충성심을 생각하면 간신히 10점 만점에 6~6.5 받을 만한 물건입니다. 순수로만 따지면 4.5 정도에요. 

이걸 제 감각적으로 풀어서 쓴다면 좀 더 괜찮게 만들었을 자살닦이와 예상보다 못 만들었을 가오갤을 반씩 섞은 다음에 잘라서 내면 대충 이거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로그 원의 문제는 이 영화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지점에 있습니다. 스토리적으로는 데스스타의 설정구멍(물론 이것도 덕후들 입장에서나 설정구멍이지 그냥 활극물로서는 사실 구멍이라고 할 것도 아닙니다. 스토리를 더 풀어나갈 수 있는 빈 공간의 의미라면 몰라도)을 메꾸는 외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건 그냥 스토리가 그렇다는 거고...좀 더 구체적으로는 테마가 불분명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처음에 카시안 안도어가 정보를 빼내온 끄나풀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탈출하는 씬 같은 걸 보면 오오 제다이들의 화려한 검술 뒤편에서 벌어지는 하드보일드 SF 첩보물인가? 하는 기대감을 주는데 정작 초반부는 진 어소가 뭔가 애매한 레이+아나킨이 되어 카메라를 가져갑니다. 더 문제는 소우와 반란군 본진과의 알력다툼 등을 통한 첩보물이나 정치물로서의 갈등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제국군의 압제가 딱히 무시무시하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거의 절반 가까이의 씬이 '동료들이 모이기 위한 그럴싸한 씬의 짜집기' 이상으로 기능을 하질 않습니다. 

게다가 더 웃긴 건 저렇게 모인 동료들도 무슨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아님 수스쿼마냥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의 따로 놉니다. 파일럿은 드로이드랑 조금 친해지나? 싶긴 한데 따로 그것도 아니고 드로이드랑 카시안도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견자단이랑 견자단 따까리는 지들만의 세상에 빠져 살지 뭐 굳이 반란군의 대의나 이런 거에 동조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니 현실적으로 만난지 얼마 안 된 데면데면한 사이라면 납득이 가는데 그럴거면 애초에 모아놓을 필요도 없잖아. 

그냥 요즘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테크인 '전부 다 성격 다른 놈들이' '어쩌다보니 이래저래 모이면서 그 와중에 적당히 개그 좀 하고' '여튼 잘은 모르지만 뭔가 greater good를 위해서 힘을 합쳐서' '여튼 정의는 지켜졌다'를 진짜 엄청 멍청하게 전개시킵니다. 이건 그냥 멍청한거에요.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벤져스도 그랬고 가오갤도 그랬고 수스쿼도 그랬고 좀 있다가 저스티스 리그도 나올 것 같고 겨울왕국에서도 결국 다들 힘을 합쳤으니까 여기서도 그래야 하지 않겠냐 수준임.

그리고 그렇게 모아놓고도 별로 잘 쓰는 것도 아니에요. 진짜 굳이, 정말 굳이 조금 캐릭터라고 할 건 그 파일럿 정도인데 갑자기 수류탄에 폭사하고 나머지들도 뭔가 존나 딴에는 장렬한데 연출이 전형적 스타워즈식의 후진 SFX라서 그 괴리감만 더 커짐. 아니 이런 유쾌+올드풍 연출을 할거면 스토리를 더 가볍게 가던가 그게 아니면 하다못해 콜옵이나 뭐 그런 거에서 훗까시라도 배워 오던가...

4. 하드보일드 맛도 좀 섞고 주인공 가족애 파트 섞고 동료들이랑 뭔가 우정 비스무리한 것도 넣어주고 부주인공이 아무도 관심도 없는 자기 과거 참회하면서 각성도 해주고 뭐 이런 여튼 어디서 많이 본 씬들 잔뜩 우겨넣긴 했는데 그것들을 조율해줄 메인 테마도 없고 일관된 분위기도 없고 그냥 미술만 스타워즈인 물건이다 이 말입니다.

그나마 중간 가는 건 어쨌거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쌓아놓은 거 덕분에 대충 보는 입장에서는 응 스타워즈니까 그냥 이렇게 되겠지 하는 거랑 별 생각 없이 픽픽 웃을 과거작 오마쥬나 개드립들 좀 나와서 그렇습니다. 그나마도 4컷 만화로 내주면 더 좋을 것 같지만.

5. 캐릭터로만 따지면 비중이 적을수록 재밌습니다. 베이더경 좆간지구요...아 근데 제임스 얼 존스도 목소리에서 뭔가 힘이 좀 없습니다. 캐리 피셔도 갔는데 제임스 얼 존스 옹도 나이가 상당하니 제작진 보컬로이드부터 만들어둬야 하지 않나 싶음. 예전엔 묵직하면서도 치고 들어오는 맛이 있었는데 이젠 묵직한데 좀 뭉툭함. 타킨 총독도 반갑네요. 특히나 2인자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부하 공 뺏어먹으려는 치사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크래닉 국장도 상당히 재밌게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억양이 참 재밌더군요. 화를 낼 때 나머지 캐릭터들은 굉장히 전형적이거나 내진 그 캐릭터만의 확립된 패턴이 있는데 크래닉 국장은 막 화를 눌러참으려는 듯이 하다가 결국 으르렁거리는 그런 게 재밌습니다. 배우가 강약 조절을 의도적으로 매우 크게 하던데 마음에 들어요. 정작 갈렌 어소는 완전 노잼이었지만...생각해보니 둘 다 매즈 미켈슨 나오네? 그것도 애매한 조연으로.

6. 여튼 그래서 뭐 그냥저냥 보긴 했지만 솔직히 남 추천해줄 물건도 아니고 그냥 팬이면 가서 세금 납부 하세요 정도. 스타워즈는 뭐가 되었건 제다이가 나와야 한다는 사실만 잘 각인시켜 준 것 같네요. 

7. 닥터 스트레인지
마블 MCU입니다. 시리즈 첫 번째 물건입니다. 어, 더 이상 설명 필요한가요? 솔직히 없잖아. 팝콘 무비로 태어나서 적당히 팝콘 먹을 정도였습니다.

미술이 상당히 독특하긴 합니다만 그걸로 흘러넘치는 오리엔탈리즘 뽕을 가리긴 그리 쉽지 않고 대체 왜 마술사인데 이리들 격투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주지도 않는 점이 매우 신경을 긁습니다. 아니 진지하게 마법사면 차라리 판넬이라도 쏴야지 존나 막 공간 뒤집고 비틀고 한 다음에 다가가서 주먹이라니 히어로 물이면 근육질 주인공이 주먹질 안 하면 피토하고 뒤지는 병이라도 있나. 심지어 아스트랄 플레인의 영체가 되어서도 주먹질하는 거 보고서는 이거 무슨 포스트 모더니즘 개그물인가 하는 생각마저 일순 들었음.

8. 근데 저 성격 가지고도 썸타는 여자가 있었고 결국엔 잘 된다는 점에서 그냥 키 크고 잘 생기고 능력 쩔면 성격 같은 건 쓰잘데 없다는 걸 우린 잘 알 수 있습니다.

9. MCU에서 빌런이 찐따인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여기서도 매즈 미켈슨 참 호구더라. 빌런도 아니고 그냥...좀, 웃기고 안습한 아저씨. 그리고 빌런인...뭐시기냐. 여튼 뭐 그거. 할리우드 새끼들은 왜 죄다 우주적 빌런은 머머리 주걱턱 네오나치 마크2 같은 것만 내놓음? 타노스도 그렇고 옆동네지만 둠스데이도 그렇고 가오갤의 걔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죄다 생긴 게 똑같아.

병신들아 디자인 하기 싫으면 그냥 넘쳐나는 로리 미소녀라도 내놔라 차라리 그게 보기라도 좋지. 아니 이건 진지하게 하는 말이에요. 왜 빌런들이 죄다 생긴게 저따구야? 화이트 워싱이 아니라 스킨헤드 워싱이라도 함? 양키 놈들이 지난 수십년동안 그놈의 파시즘 의심되는 붕어빵 디자인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갈 길이 너무 멉니다. 진짜로 양키 센스는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이해를 못하겠음.

10. 둘 다 애매~한 영화인데 문젠 올해 그 한 몸 장렬히 불타오르다 못해 폭사한 병신 영화들이 넘쳐나는지라 이 정도면 잘 만들었다는 게 존나 한숨 나온다.

PS. 올해 최고의 영화는 걸즈 앤 판처 극장판 4DX였음. 여기에 비벼볼만한 영화조차 없음. 내가 오덕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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