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와 orpg 취미에 대한 생각

1. trpg라는 취미를 가지게 된 지 2년이 넘어가는 즈음 이 취미는 슬슬 애물단지를 넘어서서 애증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2년 동안 무슨 특정 팀에 소속 되어서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걍 알게 된 지 2년이라는 거지 그 중에서 열심히 한 시기는 한 달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게 나날이 스트레스를 주니 참 묘한 것.

2. 기본적으로 이건(그리고 요즘 만만치 않게 날 짜증의 늪으로 밀어넣는 보드게임도 그렇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 사람.
말만 하면 참 쉬워보이지만 쉽긴 개뿔 대체 대명천지 이거 취미로 가진 변태새끼라고 있는 놈들은 죄다 사실은 봇이나 카지노 홍보용 스팸계정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터넷에만 있고 막상 만나자고 하면 아무도 없다. 있어도 죄다 자기 팀 있어서 거기서 놀거나 아님 뭐 한 번 하고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다. 나 같이 기본 독고다이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 아니 모르지 사실 있는데 나같이 맨날 ㅅㅄㅂ하면서 대체 왜 나 같은 놈 없는거냐 하고서 인스타나 페북 같은데서 놀고 있는지는.

3. 최근에 마음에 드는 룰로 킬데스비즈니스라는 룰이 있다. 열도산 게임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세팅과 귀찮음을 줄인 물건으로 캐릭터메이킹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세션 통째로 돌리는데 캐릭터메이킹 합쳐서 2시간이면 끝난다. 게다가 GM의 부담이 극단적으로 적고 애초에 내용이고 자시고 플레이어와 GM의 즉발적 개드립으로 먹고사는 물건이라 머리를 비울수록 낫다.

문젠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진짜 힘들다. 애초에 우리 나라에서 인기 있는 건 인세인이나 크툴루나 로그 호라이즌이나 디앤디나 뭐 이런거지 열도산 룰은 기본 인기가 없을 뿐더러 그나마 관심을 가진 인간들도 죄다 뿔뿔히 자기가 좋아하는 룰이나 파지 다른 룰은 안 한다!(나도 사이코로픽션류 말고는 별 흥미 없긴 하다.)

덕분에 한참 하고는 싶은데 플레이어 참가는 꿈도 못 꾸고 GM으로 하 씨팔하면서 모집해도 안 모인다. 그래서 지금 한참 반동이 몰려와서 내가 왜 이 지랄맞은 물건하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고 있다.

그나마 요즘 좀 시간이 있어서 놀기 좋은데 줜나 안 모임.

4. 그나마 사람이 모일 확률이 있는 건 or인데 개인적으로 or에는 좋은 경험이 없어서 매우 꺼려진다.
첫째로, or에 모인 놈들은 열 중 아홉은 집중을 안 한다. 아님 집중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반응이 너무 느려서 하다보면 짜증난다! 예전에 뭐 하나 배틀 있는 거 했는데 총인지 불덩인지를 쏘고서는 어떻게 할건가요? 하고 gm이 물었는데 한참동안 대답이 없다가 한 10분 지나서 간신히 대답이 돌아왔다. 딴짓하느라고 아무것도 안 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진지하게 10분동안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그거 처맞고 뒤지지 그러냐 하는 생각 엄청나게 들더라.

둘째, or은 필연적으로 루즈해지거나 순서가 뒤꼬인다. 그야 화면 건너편에서 그 사람이 말 다 끝나서 손 놓고 있는지 아니면 부지런히 타자를 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아는가? 당연히 말이 꼬이고 진행이 짜증나더라.

셋째, 플레이어면 몰라도 gm은 귀찮다. 정말로 귀찮다. 그냥 보면 클릭질 두어번 더 하고 마는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해보면 귀찮다! 게다가 플레이어도 자기가 하는 거 캐릭터시트가 지원이 되면 몰라도 안 되면 계속 화면 바꾸거나 내진 출력해가면서 캐릭터시트랑 화면 번갈아가면서 보고 체크해야되서 산만해지기 딱 좋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다보면 or로는 도저히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게 되는 것이다.

5. 그러니 이거 tr로 하자니 사람은 더럽게 안 모이고 or로 간신히 모았다 치더라도 진짜 줜나게 귀찮아서 해먹을 맛도 안 난다. 그리고 내가 진지하게 말하는데 trpg건 orpg건 하는 놈들은 죄다 개새끼라서 진성 변태 내진 인세보살 아닌이상은 gm 죽어도 안 하려고 한다. ㅅㅂ 존나 마지못해 맡은 gm 경험이 플레이어 경험보다 많은 나부터도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데 나 정도면 양반이지 진짜 죽어도 gm 안 하려고 빼더라.

6. 그렇다면 걍 레이드콜이나 스카이프나 그런 거로 하면 어떠냐 할 수 있지만 내가 집 사정상 그게 좀 힘들다. 그건 애초에 선택지에 포함되질 않음.

7. 그러니 뭐 악순환인 것 같음. 이러다가 완전히 애정이 식으면 잊혀지겠지. 차라리 그냥 빨리 잊혀지면 그게 나을 것 같음.

8. 됐으니까 메이드로봇이나 만들라고 공돌이 놈들아! 3대만 사서 마작 겸 보드게임 겸 trpg 상대로 쓰자 좀!!

덧글

  • 레이오트 2017/03/28 23:51 # 답글

    그래서 나처럼 룰북만 보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지요. tr이던 or이던 시간을 너무 잡아 먹음...
  • Otiel 2017/03/28 23:52 # 답글

    마이너룰에는 관심은 가져도 플레이는 못하고 결국 댄디만 하게 되는 거지요...
  • 듀라한 2017/03/28 23:54 # 답글

    윳쿠리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너무 귀찮을거 같아서 그냥 니코동에서 영상만 챙겨보고 있습니다.
    관련 책은 샀지만요
  • 시로 2017/03/29 12:09 # 답글

    잘아는 오래사귄 사람이랑하면 편하더군요.
    일본의 or용 공개룰로 놀고있는데 재밌습니다.
    덤으로 요즘은 화상챗이나 음성챗도 되니 그걸로
    타이핑문제도 해결하는듯하더군요.
  • 자유로운 2017/03/29 23:04 # 답글

    아무래도 사람 모여야 가능한 취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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