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육성계획 limited 감상-마법소녀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니까요

마법소녀 육성계획 limited - 전 - 8점
엔도 아사리 지음, 마루이노 그림, 김봄 옮김/길찾기

마법소녀 육성계획 limited - 후 - 10점
엔도 아사리 지음, 마루이노 그림, 김봄 옮김/길찾기

1. 사실 나온지도 몰랐네요.

마법소녀 육성계획은 물론 원작부터 아주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물건은 아닙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국내 V노벨은 홍보고 뭐고 드럽게도 못해서 저 이거 나온줄도 몰랐었음. 그리고 덕분에 역시나 사두고 안 읽은 일판 전후판은...안습.

2. 사실 요즘 볼 라노베가 없어서 절절 매고 있었습니다만...그래서 상대적으로 좀 더 평가가 후해진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엄청나네요. 정말로 엄청납니다.

무인편이 배틀로얄+이능력배틀물의 기본과 정석에 충실한 작품이었다면 2편인 리스타트편은 mmorpg+마피아 게임이 키워드였습니다. 이번 리미티드는 오해스릴러+내전입니다. 약간의 마피아물같은 느낌도 있긴 합니다만 그보다는 전 '내전'이라는 키워드를 꼽고 싶네요.

이번 편에서는 피아가 불분명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방금 전까지의 동료를 죽이려는 계획을 획책하고 실행합니다. 물론 2편인 리스타트 편도 그리했지만 그 때에는 명확하게 '마왕'이라는 하나의 정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아니에요. 도대체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B시 밖은 어떻게 되었는지, 내 옆의 이 녀석이 누구인지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모호하게 만들면서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욕망들이 폭발하면서 말 그대로 전쟁이 벌어집니다.

3. 사실 3편은 이 자체만으로는 여태까지 중에서 가장 캐릭터성이 약합니다. 1편은 강렬한 악역이 셋 있었고 2편 역시 어느 정도 선악이 명확하면서 그 나름대로 비중을 가지고 진행하는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프흐레라는 캐릭터가 여러모로 날뛰면서 시선을 강탈했다면 이번에는 그게 아닙니다. 물론 나름 강렬한 캐릭터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있지만 그 개개인은 이 내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 이들입니다. 그들이 그 내전의 확대에 크건 작건 공헌을 하고 그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들도 사건 전체를 볼 수는 없기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혼돈이 펼쳐지지만 대신에 개개별 캐릭터성은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건' 자체가 전면에 등장하고 여태까지 별달리 언급이 없던 마법나라가 아주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이 엄청나게 복잡해지기 시작하죠.

특히나 여태까지도 그래왔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의 차이들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는 캐릭터들이 대다수라는 점에서도 이질적이고 불편한 느낌이 강조됩니다. 동시에 이렇게 조화롭지 못한 캐릭터들이 사방팔방에서 마찰하고 파열하기 시작하면서 터져나오는 그 혼돈스러움 자체가 매력 포인트입니다.,

4.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점은 작가가 1편에서 시작한 배틀로얄, 정확히는 마법소녀들의 능력을 이용한 전투라는 점을 테마로 잡으면서도 매 시리즈마다 그것을 변형하여 계속 새로운 형태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독특한 능력들이면서도 너무 복잡하지 않습니다. 기껏해봐야 한두명 정도만 좀 트릭키한 형태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대체적으로 알기 쉽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응용력인데 이 작가는 언제 봐도 매우 즐겁게 만드네요. 무슨 엄청난 발상의 전환은 아니더라도 아, 그걸 그렇게 쓸 수도 있지! 싶어지는 장면들이 자주 나와요.

매우 진부한 표현 밖에 안 떠오르지만 팍팍하게 마른 가운데 시원한 샘물 한 모금을 들이키는 청량감이 있습니다. 열대야에 쫙 들이키는 레모네이드 같은 거. 

5. 작품 자체도 엄청나게 스케일이 커지면서 2편과의 연관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개가 더 가열화될 떡밥도 마지막에 뿌립니다. 개인적으로 참 여러모로 기대가 되네요. 음, 생각보다는 리스타트랑 리미티드 사이의 정발 간격이 짧았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나와주면 매우 좋겠습니다만...가능할라나 어쩔라나. 

사실 애니 2기가 나오면 완벽한데 말이죠. 애니 1기는 1권 분량을 1쿨로 만드느라 너무 늘어졌지만 2기가 만일 나온다면 상하권 구성이니 팍팍 치고 나가면 반응 좋을텐데....

이하 스포일러 있는 감상.






























6. 이번 편의 악당들은 실로 '쓰레기'들입니다. 전편의 크람베리나 스윔스윔은 알기 쉬운 강한 악역들이었고, 지난 편의 멜빌이랑 놋코쨩 역시 비슷한 패턴이었다면(정확히는 놋코짱은 좀 다르긴 했지만 원하는 게 있었다는 점은 같죠) 이번 악당들은 목적보다는 수단...이라고 하기에는 극단적으로 인식 자체들이 삐뚤어져 있습니다.
프킨은 절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유아독존형이고 레인 포우는 남을 이용하고 내버릴 생각만 하는 착취형, 피티 프레데리카는 자아도취+변태에 토트 팝은 일단은 과격파 혁명가 등등등 전반적으로 죄다 집착이 강하며 자기가 좋기 위해서는 남을 얼마든지 희생시켜도 좋은 녀석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그나마 중립 내진 선에 가까운 캡틴 그레이스나 마왕 팜도 양아치, 그리고 생각 자체를 그만 둔 수동적 인물이라는 걸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뇌 나사가 빠진 녀석들. 게다가 이들에게 휘둘리는 포스탈리나 퍼니 트릭도 선인이 아니죠. 

전반적으로 '인간의 양면성' 내지는 '인식의 차이'를 매우 강하게 집어넣은 캐릭터들입니다.

그리고 쓰레기고.

7.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받은 씬은 웨딘이랑 레인 포우가 동시에 모살(謀殺)되는 씬입니다. 설마 거기서 그걸 그렇게 쓰다니!와 으잉 이렇게 쉽게?!의 느낌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이 시리즈 각 권마다 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짜여진 살해 씬들이 있는데 무인 편의 타마가 크람베리를 파내버리는 씬이랑 리스타트의 페치카가 멜빌을 스프로 익사시켜버리기 직전까지 몰고가는 씬이라던가 하는 씬들은 정말 감명 깊었는데 이번 씬도 역시나 그랬습니다.

심지어 웨딘이랑 레인 포우는 매우 닮은 성정을 가졌지만 하나는 정말로 정의와 꿈과 희망의 소녀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흉악한 쓰레기 살인마가 되었는데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으깨지는 결말이라니...

이 작가 정말로 "마법소녀에는 싸우는 마법소녀와 싸우지 않는 마법소녀가 있다. 그러나 싸우지 않는 마법소녀가 약한 것은 아니다."라는 자신의 경구를 너무나도 철저하고도 멋지게 지켜내요.

8. 여하튼 그래서 재밌게 읽었네요. 정말로 간만에 읽으면서 '으아 다음을 읽기가 아깝다!'싶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제 슬슬 다음 권에서는 다시 스노우화이트가 등장할 느낌이고 프흐레도 순조롭게 잘 나가고 있는 모양이니 언젠가는 생존자 올스타전이 벌어질 느낌이네요. 

9. 그래서 재밌게 읽었는데 이거 가지고 같이 떠들 사람이 없어서 슬프다...짱재밌는 시리즈인데 왜이리 국내에선 인기가 없는지. 열도에서는 그래도 나름 팬층이 있던데.

10. 아 근데 오해하지 마세요. 이 물건 정말로 꿈과 희망과 정의는 살아있어요. 악랄한 마법소녀만큼이나 착하고 남을 위하는 마법소녀들도 있습니다. 그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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