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병신같은 한해였습니다

1. 9회까지 보다가 운동 갔다 와서 13회말 봤는데 친구들과 지인들 증언이 하나같이 눈썩는 폐급 경기력이라고 했고 실제로 막판만 봐도 그러더군요.

2. 올해의 실패의 지분은 7할이 감독이고 3할이 프런트입니다. 그런데 감독을 선임한게 프런트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냥 둘 다 합쳐서 모든 지분이 다 있다고 봐야합니다.

프런트, 특히 허민이 이장석 색 지운다고 작년에 훌륭한 지도력으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던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시점부터 불안했었고 데려온 손혁은 염레기 마크2로 팀 전력을 갉아먹고 팀 승리를 패배로 바꾼 1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자칭 야구인이나 타팀 팬들은 헛소리 찍찍 싸댔는데 손혁 새낀 늦어도 8월 초엔 잘렸어야 했습니다. 개병신 같은 번트 작전에 정신 나간 투수교체에 염레기 그 자체였어요. 애초에 막판까지 2위다툼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순리대로 운영했으면 엔씨하고 1위 다툼을 하거나 못하거나 안정적으로 2위를 굳혔어야 했습니다. 

이 팀은 작년도 그렇고 14년의 강력한 천재 타자들이 이끄는 팀이 아니라 오히려 무난한 선발진+강력한 불펜으로 천천히 눌러가는 팀이 되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장기전에 적합해졌지 한두판 단기 승부에는 약해졌습니다. 특히나 타자진의 무게감이 엄청나게 떨어지면서 이런 단기전에서는 믿을 타자가 이정후 김하성 둘 말고는 없어졌어요. 유일한 반등요소가 러셀이었지만 러셀은 폐급 오브 폐급이 뭔지 보여주면서 마지막까지 병신이었습니다.

그런데 말했다시피 손혁이 팀을 갈아먹으면서 최대한 체력을 온존하고 위에서 기다리면서 전력을 분석하고 대기했어야 할 팀이 와일드카드에 갔다? 그것도 올해 썩 재미 못 본 엘지 상대로? 이길 확률도 적었고 이겼어도 무의미한 수준이었을 겁니다. 애초에 시즌 전체계획+팀컬러에 하나도 부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3. 전 작년에 3위->2위로 마치는 걸 보면서 정말로 희망을 보았었습니다. 임병욱이 자리를 서서히 잡기 시작했고 송성문이 포텐을 보였으며 김선기, 양현, 김성민, 김태훈 등 불펜 투수들이 각각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로운 팀컬러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14년에도 결국 희망만 봤었죠. 야구는 희망적인 미래라는 건 순식간에 사라지는 스포츠입니다. 이길 수 있을 때 이겨야 하지 이번에 잘했으니 내년에 잘할거라는 예측은 그냥 행복회로일 뿐입니다.

임병욱은 완전히 인저리 프론으로 전락해서 중견수가 무주공산이 되었고 박준태로 때웠지만 박준태는 실링이 너무 낮습니다. 눈야구가 되긴 하지만 최대한 좋게 봐줘도 성실한 중견수 정도지 팀을 이기게 만들어줄 수준은 아니에요. 특히나 눈과는 달리 타격에는 정말 재능이 없습니다. 볼넷을 골라내는 건 재능이지만 그게 빠따를 칠 줄 아는 재능은 아니에요.

송성문은 올해 군대를 보냈는데 올해 만일 이기고 싶었다면 송성문을 냅둬야 했습니다. 3루가 김민성을 보내놓고 전병우+김웅빈으로 때우겠다는 게 프런트의 생각이었겠지만 김웅빈은 타격에서는 그럭저럭 적응을 하기 시작했지만 3루 수비는 실질 불가능한 수준이고 1루도 시원찮았습니다. 게다가 솔직히 별 도움도 안되었지만 어쨌거나 올해 박병호가 이탈하면서 3루보다는 1루 땜빵이 더 급해졌죠.

전병우도 박준태랑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도 많고 실링도 낮죠. 박준태와 마찬가지로 툴이 없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임병욱에게 그렇게 기대를 걸었던 것은 훌륭한 피지컬+엄청난 툴을 가지고 있엇기 때문입니다. 툴을 가진 선수는 실링이 전혀 달라요. 걍 뻥 좀 보태서 히어로즈의 지안카를로 스탠튼 같은 녀석이 되어주길 바랬는데 스탠튼의 유리몸만 닮고 포텐은 터질듯 말듯 하면서 결국 못 터지고 올해는 부상으로 끝냈습니다.

여하튼 전병우-박준태가 주전인 라인업으로는 답이 없습니다. 두 선수는 좋은 백업이고 솔리드한 선수지만 저 둘이 1군 주전이라는 건 말이 안 되요. 진짜 좋게 봐줘서 로테이션 돌리면 모를까 어떻게든 제대로 된 선수가 없는 한 5위 이상의 성적은 힘듭니다.

4. 고질 문제인 좌익도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고 시즌이 끝났습니다. 모터+러셀 돈이면 샌즈를 잡았을텐데 역시나 여기서도 허민 프런트의 개병신 삽질은 여전했습니다. 물론 샌즈가 무릎 부상 이력이 있고 나이도 적지 않아서 꼭 샌즈를 잡았어야 한 것은 아니나(저도 샌즈 재계약에는 회의적이었고 바꾸자는 쪽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외야를 구했어야지 병신들아. 엔씨는 알테어 같은 얘들 쑥쑥 잘 데려오드만 진짜.

일단 우익에 구멍이 뚫리면서 이정후가 우익-중견을 번갈아 보게 되었고 그러다보니까 체력문제를 겪게 되었죠. 약간 이야기가 새는데 올해 이 팀의 이정후-김하성 의존도는 너무 심해서 포스팅으로 김하성 나가면(나갈 거라고 봅니다) 내년에는 7위나 8위 정도나 할 거라고 봅니다.

여튼 박준태는 중견을 봤지만 수비+볼넷 말고는 기대할 게 없는, 리그 평균이나 평균 이하로 간신히 때운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매번 답이 없는 좌익인데 허정협이 기회를 많이 받았으나 여전히 답이 없는 뇌수비와 고질적인 컨택 난조는 해결될 기미가 안 보입니다. 문젠 이 형편없는 허정협조차 밀어낼 선수가 없다는 게 현재 키움 외야의 현실입니다. 임지열은 임병욱보다도 보여준 게 하나 없이 발전이 없는 상황이고 고육지책으로 대형 루키로 기대받았던 박주홍을 올려보았지만 상상 이상으로 형편없는 상황이라는 사실만 깨닫고 2군으로 내려갔죠. 그러다보니까 박정음이나 김규민 같은, 실질 폐급(간절음이니 뭐니 하지만 그냥 실력 미달 선수입니다. 1.7군 수준임) 선수들까지 돌려쓰게 되었죠.

5. 간단히 말해서 포수 기준으로 좌측 라인이 하나같이 폐급이었습니다. 해결책요? 없죠. 그러니까 내년도 암울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제 오른쪽도 흔들리는데 올해 박병호가 정말 드라마틱하게 몰락했습니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도 길지만 빠졌어도 사실 별로 티도 안 났습니다. 해설진들은 맨날 그래도 박병호 있으면 다르다 하는데 다르긴 뭐가 달라요 하나도 안 달랐습니다. 작년부터 슬슬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농담이 아니라 시속 140대 중반만 되는 패스트볼에도 전혀 타이밍을 못 맞추더군요. 그러다보니까 변화구만 자꾸 노리는데 이마저도 컨택이 안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투수들이 거의 얕잡아보고서는 걍 패스트볼 팡팡 던지다가 뜬금포 한두번씩 맞긴 했습니다만 대부분 다 솔로 아님 2점 정도였어요. 별로 쫄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정면승부 하다가 얻어걸린게 태반이라 장타가 살아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정말 긍정적으로 보면 코로나랑 뭐랑 해서 그냥 좀 망한 시즌이었다이지만 통상적으로 보면 걍 에이징커브 온 겁니다. 올해 만 서른넷이면 에이징 커브 올 때 되었고 특히나 2년 정도 전부터 손목통증 심해진다고 뻑하면 기사 나고 있었는데 아마 이 상태대로라면 내년에도 코리안 푸졸스로 팬들 혈압 제대로 올릴 확률 매우 높습니다.

6. 유일하게 믿을 건 불펜 정도입니다만 불펜은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김태훈, 양현, 안우진, 조상우 등이 있고 김선기 김성민 이영준 김재웅 등 뎁스는 충실합니다만 과연 그게 내년에는? 내후년에는? 하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불펜만으로는 절대 우승 못합니다. 

다시 리빌딩 들어가야 하고 다음 우승은 2030년대에나 노려봐야 겠네요. 시발 2030년이라니 진짜 개끔찍하네 그런 연도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봤는데 10년도 안 남음.

7. 약간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위와 엮어서 개인적으로 장재영은 타자로 키우면 좋겠어요. 팀에 대형 타자, 특히 홈런 타자가 너무 부족합니다. 이정후는 올해 정말 훌륭한 성장을 보여줬지만 거포 스타일은 아니에요. 장재영도 퓨어 파워히터라기보다는 5툴 쪽입니다만 고교야구 하이라이트만 봐도 제구력이 정말 개판입니다. 투수로 간다면 정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지라 그럴거라면 타자가 나을 거 같은데 본인이 투수를 강력히 희망한다니 아마 투수로 갈 것 같긴 합니다만...

팀 사정을 고려한다면 투수보다는 타자로 키우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8. 여튼 그렇네요. 별로 기대도 안 했고 제대로 보지도 않아서 생각만큼 빡치진 않았습니다만 그만큼 암울하기만 합니다. 뭣보다 작년에 최고에 달했던 프런트-감독에 대한 신뢰가 올해 작살이 나서 그 시스템을 보는 재미로 응원해왔던 입장에서는 정말 잿더미에서 재건을 해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지라 앞으로 몇 년이나 걸려야 팀이 되살아날지, 그리고 애초에 몇 년이나 버티기나 할지 여러모로 답답한 시즌의 끝이었습니다.

9. 엔씨 우승 확률이 매우 높긴 한데 그럴거면 차라리 크트 우승이 나을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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